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의 유럽 허가에 난항을 겪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박소연 대표이사 회장과 김진우 부회장이 자사주 13만8206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약 20억 원 규모이며, 박 대표의 지분율은 15.29%에서 15.40%로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14.83%에서 14.94%로 올라갔다.
이번 장내 매수는 HD201의 유럽 품목허가 불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데 따른 결정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HD201의 품목허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통보받았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품목허가 신청 절차는 종료됐다.
CHMP는 HD201의 제조공정이 변경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 이런 결정을 내렸다. 임상시험용 배치의 제조공정과 상업용 배치의 제조공정에 차이가 있어 바이오시밀러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EMA에 품목허가 재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제조공정 변경에 따른 분석적 비교동등성을 충분히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EMA와의 동등성 기준 설정에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EMA 측에 철저히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공정한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D201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개발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다국적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허셉틴으로,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의 치료에 쓰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애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HD201의 유럽 품목허가 시점을 2021년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설비 실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그 사이 회사는 HD201을 생산할 관계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오송 제조시설에 대한 유럽연합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EU-GMP) 인증을 획득하면서 품목허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HD201의 유럽 허가가 불발되면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캐나다 식약청(Health Canada)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올해 상반기 내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HD201이 유럽 허가를 획득하더라도 먼저 출시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EMA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온트루잔트'와 셀트리온의 '허쥬마'를 비롯해 '칸진티'(암젠), '트라지메라'(화이자), '오기브리'(마일란), '제르시팩'(상하이헨리우스바이오테크)의 허가를 내줬다. HD201이 허가를 받더라도 EMA의 7번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가 된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HD201 외에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인 'HD204'(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유럽 임상 1상에 돌입한 'PBP1502'(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 12종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췌장암 항체신약 'PBP1510'의 유럽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