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해외건설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금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반짝 호황’으로 돈줄 역할을 하던 주택시장마저 침체 기미를 보이며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6000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만기도래한 회사채 규모가 2조8000억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1조2000억원 정도가 순상환된 셈이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이를 발행한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상환한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만기가 되면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차환 발행을 해왔다.
하지만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부진을 겪고, 지난해부터는 해외건설 시장도 극심한 부진에 돌입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들마저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건설사들의 향후 실적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현금상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회사채 만기를 맞은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각각 1000억원~1500억원에 이르는 만기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현금상환과 차환 발행 모두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현금상환을 할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일부 건설사들은 비싼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대출을 하거나 보유 부동산과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3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 GS건설은 전액을 현금으로 갚았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7550억원 가운데 40% 이상을 회사채 상환에 투입했다.
이번달에도 각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도래한다.
삼성물산은 18일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대우건설이 2500억원(3월12일 만기), 포스코건설은 8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500억원은 현금상환할 예정”이라며 “건설이나 조선같은 수주산업 쪽 회사채 시장이 얼어있어 상반기까지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과 4월 각각 1500억원의 회사채가 돌아오는 삼성물산의 경우 3월 현금상환을 한 뒤 4월 30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 남는 1500억원 가량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남겨둔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회사채 상환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한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은행 대출이나 모기업 지원 등 여러 경로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우 회사채는 고사하고 은행대출도 여의치 않아 사채 등을 활용할 경우 유동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