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00원대 환율 앞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

입력 2024-11-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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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의 짙은 먹구름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137.61로 9월보다 2.2% 올랐다. 올해 4월(3.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각각 1.9%, 2.0% 상승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탓이 컸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수입물가지수뿐만 아니다. 부담스러운 신호가 널려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노믹스’다. 2기 집권이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관세 인상, 재정지출 확대,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 발작’ 확률은 100%에 가깝다. 대외의존도 높은 대한민국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작금의 시장 동요가 이미 선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날마다 주식 폭락세를 중계방송해야 할 당혹스러운 상황 아닌가.

한층 뚜렷해진 강달러 현상도 큰 불안 요인이다. 트럼프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과 함께 본격화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원화 약세를 부채질할 요인이다. 당장 원·달러 환율 추이만 봐도 그렇다. 심리적 마지노선(1400원)을 넘어 2년 만에 장중 1410원을 돌파한 환율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다.

환율이 뛰면 물가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다. 외환시장 안팎에서 1400원대가 ‘뉴노멀’일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율 변동성도 심상치 않다. 모처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관련 당국이 홍보해 온 국내 소비자물가가 들썩일 개연성이 많다. 환율 파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고환율·고물가의 필연적 귀결은 고금리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튼 한은의 통화정책도 결정적 고빗길에 접어들었다. 유감스럽게도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여전히 위험하게 방치된 상태다. 이 비상한 국면에 금리를 함부로 손댔다가는 큰 탈이 날 수 있다.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환경을 상수로 간주하고 정교한 정책조합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환율을 앞세운 3고는 내수를 짓누르게 마련이다. 현재 상황도 썩 좋지 않다. 내수 부진이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7000명으로 작년 10월보다 8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돈 것은 4개월 만이다. 올해 상반기 내수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1.9%)했다는 한국경제인협회 분석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값싼 포퓰리즘만 버려도 갈 길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새해 예산안부터 선심성 항목을 털어내면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 더미를 털어내는 일도 급하다. 3고 위기 지수를 낮추려면 초당적 대처를 해도 모자랄 판국이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엉뚱한 전선을 펼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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