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속도전”… 추진위 설립 건너뛰는 ‘직접조합설립’ 뜬다

입력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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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영향으로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연일 오르면서 정비사업의 핵심으로 ‘속도전’이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단초가 되는 추진위원회를 생략하는 방식의 조합직접설립 제도가 최초 시행 이후 8년 만에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1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6단지가 조합직접설립 제도를 활용해 재건축을 추진한다.

양천구는 최근 이 단지 재건축 조합설립계획을 공고했다. 올해 안으로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협의체 구성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내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신시가지 아파트 총 14개 단지 중 중 6단지가 정비구역 지정고시도 가장 빨랐던 만큼 소유주들도 신속한 사업 시행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직접설립 제도는 토지 등 소유자 50%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요청으로 추진위 설립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6년부터 시행됐는데 통상 정비구역 지정 후 추진위원회 승인을 거친 뒤 조합설립이 진행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면 공공지원을 통해 설립한 주민협의체를 통해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서울시 내 정비사업에서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설립까지 평균 3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쓰이는 사업비 또한 평균 2억 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조합직접설립 제도가 처음 적용된 영등포구 문래진주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 2년 1개월, 남서울무지개아파트는 1년 1개월이 걸렸다. 양천구 신정 1-5구역과 신정수정아파트는 9개월, 중구 신당10구역은 6개월 만에 각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올 10월 기준 조합직접설립 제도를 통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 사업장은 총 13곳이다. 제도 도입 이후 2022년까지는 3곳에 그쳤으나, 지난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며 이를 활용하려는 사업장이 늘었다.

주민협의체 주도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경험이나 지식 부재로 인한 각종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공공이 사업 추진을 돕게 된다. 지자체장이 정한 공공지원자가 법·제도적 절차나 행정·실무 등을 지원한다. 이때 토지등 소유자 75% 이상이 동의하면 서울시로부터 용역비용의 30~70%에 해당하는 예산을 받을 수 있다.

▲양천구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6단지는 조합직접설립 제도를 통해 신속한 재건축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양천구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6단지는 조합직접설립 제도를 통해 신속한 재건축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주민협의체를 통해 조합을 설립한 A사업지 조합원은 “처음에는 추진위 없는 재건축을 반신반의했지만 1년도 안 돼 조합설립인가가 떨어지니 주민들 사이 활기가 돈다”며 “다만 조합설립을 받은 이후에는 조합 임원들이 처음부터 관련 업무를 배우면서 수행해야 해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설립 제도에 따른 지자체의 실무 지원은 조합설립인가까지다. 이후부터는 조합 집행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인가 후 한 달 안으로 법인등기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절차를 잘 몰라 오히려 사업이 더 지연되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정비사업을 완료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사업성 분석이나 분담금에 대한 예측치 없이 사업속도만 높였다가 조합설립 이후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진위원회에서 사업지 내 상가 관리처분이나 분양 방식 등에 대한 정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조합부터 설립하면 이를 위해 필요한 충분한 대화나 의견 합치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정부의 개입으로 주민 사이 논의가 단절돼 사업이 더 지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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