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는 조금의 가격 인상도 부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가격이 오르면서 필리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빵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필리핀 페소화 약세로 식용유 수입 비용까지 늘면서 필리핀의 ‘서민빵(poor man's bread)’ 판데살의 크기가 줄었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나 상품의 크기가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수도 마닐라 교외의 한 제과점은 수개월 전부터 판데살의 개당 무게를 기존 35g에서 25g으로 줄여서 만들고 있다.
판데살은 약간 달면서도 푹신푹신한 감촉의 빵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치즈를 곁들이거나 커피에 적셔서 즐긴다.
판데살은 가격이 저렴해 서민빵으로 불린다. 제과점은 원료 가격이 치솟자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크기를 줄여 비용 부담을 덜어온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비용 압박에 결국 개당 판매가를 2.5페소(58원)에서 3페소로 20% 인상했다.
제과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억제를 위한 거리두기가 끝나고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면서 어려웠던 제과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밀과 연료 가격이 치솟더니 밀가루 가격이 30% 이상 증가했다. 설탕과 소금은 각각 25%, 40% 이상 올랐다.
필리핀의 6월 물가상승률은 6.1%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제과점과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대량으로 재료를 살 만큼 크지 않아 국내 및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루치토 차베즈 필리핀 제과점협회장은 "모두가 이익 실현이 아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판데살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0.5페소 인상도 서민들에게는 큰 충격”이라며 가족이 먹을 빵의 개수를 줄이고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