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 3사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CJ ENM이 ‘콘텐츠 제값 받기’를 주장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와 CJ ENM의 임원들은 이달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한국IPTV방송협회에서 만났다. 최근 계속된 콘텐츠 사용료 갈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에 3사가 개별 협상을 하고 있는 만큼 1대 3으로 만난 자리에서 실질적인 협상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IPTV협회 관계자는 “실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원만하게 풀 수 있게 얼굴 보는 자리 정도로 알고 있다”며 “3사가 CJ ENM과 콘텐츠 사용료 %도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CJ ENM은 IPTV 3사를 상대로 전년 대비 25% 이상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는 각각 1000%, 125% 인상을 요구했다. ‘콘텐츠 제값 받기’라는 논리와 ‘지나친 인상’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CJ ENM이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카드를 뺀 데에는 그간 콘텐츠 가치가 저평가 됐다는 명분에 더해 실리적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 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 음악 부분에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CJ ENM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특히 영화 부문의 매출액은 59.5% 줄어 반 토막 났고, 영업이익도 135억 원 적자를 냈다. 음악 부문도 콘서트 사업 등이 중단돼 46.2% 줄어들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KT 시즌과 같은 OTT 시장은 오히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성장했다. CJ ENM이 콘텐츠 값을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OTT 시장의 성장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요인이다. 업체들 간 콘텐츠 투자 경쟁이 불붙으면서 이에 따른 재원 마련의 필요성도 커졌다. CJ ENM은 최근 2025년까지 5조 원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보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 원 투입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CJ ENM의 OTT인 티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올해 4월 ‘30일 무료 체험’을 종료했고,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것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CJ ENM 간담회에서도 투자에 따른 회수 고민은 드러났다.
당시 강호성 CJ ENM 대표는 “미국의 경우 안정적인 제작비 리쿱(투자 뒤 수익 회수) 구조가 자리잡힌 반면 국내 시장 구조는 콘텐츠 사용료로 제작비의 3분의 1 밖에 채우지 못해 광고·협찬·해외시장 공략 등 부가적인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해선 이 같은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IPTV 업계에서는 CJ ENM의 사용료 인상이 자회사인 티빙 밀어주기와도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달 12일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에서 CJ ENM 실시간 채널이 중단됐을 당시 LG유플러스는 입장문에서 “자사 OTT인 ‘티빙’에만 콘텐츠를 송출해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CJ ENM을 규탄했다.
티빙의 기세는 실제로 두드러진다. 지난달 닐슨코리아클릭 데이터 기준 티빙의 월 이용자(MAU)는 334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후 110만 명 이상 늘어났다. 종전 최고 수치는 올해 3월 기록한 327만 명으로 지난달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독립한 뒤 누적 유료 가입자 수가 63% 증가했다.
CJ ENM 측은 IPTV의 ‘티빙 밀어주기’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티빙과 동등한 구조에서 계약하기 위해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 KT 시즌에 실사용자 수를 요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CJ ENM은 U+모바일 tv 송출 중단에 관해 “기존에 LG유플러스 OTT 공급 대가로 받아왔던 금액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는 이번 협상 결렬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이용자 수조차 공유하지 않은 LG유플러스의 협상 전략으로 부득이하게 실시간 채널 중단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설사 ‘티빙 밀어주기’라도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는 반박도 있다. 예컨대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한 디즈니는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뺐고, 한국 진출을 앞두고는 웨이브에서도 디즈니 콘텐츠를 거둬들였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때에 키를 쥔 쪽은 콘텐츠를 가진 쪽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