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vs. 러시아 ‘유가전쟁’ 끝날까…“원유 감산 높은 벽 여전”

입력 2020-04-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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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배럴 감산하려면 양국 생산량 반 토막 나야…코로나19로 수급 불균형 여전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 있는 아람코의 원유 저장탱크. 지다/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 있는 아람코의 원유 저장탱크. 지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조만간 하루 1000만 배럴~150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하면서 유가전쟁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여전히 트럼프 발언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크고 원유 감산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높은 벽도 여전하다고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적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5% 가까이 폭등해 사상 최대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만큼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끝나기를 고대하는 시장의 바람이 큰 셈이다.

WTI는 올 들어 한때 배럴당 20달러를 밑도는 등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 폭등했다고 하지만 60달러를 넘었던 연초에 비하면 3분의 1 이하로 낮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에 각국이 사실상 국경 봉쇄를 단행하고 국내에서 사람의 이동도 규제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제트연료나 휘발유, 경유 등 수송 연료를 중심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본래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감산을 대폭 단행해야 수급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산을 확대해도 미국 셰일업체들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뿐이라며 불만을 품었던 러시아는 지난달 초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감산 확대를 거부했다. 이에 분노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 사우디는 수습 조정 역할을 내던지고 이달부터 석유 판매가를 대폭 낮추는 한편 산유능력도 풀가동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미국은 물론 유가전쟁 당사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도 위기감이 고조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일 중견 셰일업체인 화이팅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셰일업체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상태여서 이들이 흔들리면 전반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합의 전망에 전날 뉴욕증시가 급등한 것은 그만큼 저유가가 시장에 큰 부담을 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소를 무시하고 증산에 돌입한 사우디도 목표로 하는 배럴당 80달러 안팎이라는 유가에 멀어지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언급했던 하루 1500만 배럴 감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런 규모의 감산을 실현하려면 양국의 생산량이 지금보다 반 토막이 나야 하기 때문.

사우디와 러시아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미국 셰일산업이 살아나는 것도 달갑지 않다. 양국이 다시 감산에 나서 유가를 회복하면 그 과실을 미국이 다 따먹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지난해 하루 약 300만 배럴 증가했다. 한편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이 OPEC과 같은 생산 카르텔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여전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의한 글로벌 석유 수요 침체 규모가 하루 2000만 배럴을 넘는다는 견해도 있다. 수요 침체 이전 수요는 약 1억 배럴이어서 현재 20%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비록 1500만 배럴을 감산해도 수급 불균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언제까지 감산을 이어갈지 전망도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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