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가전쟁 개입 발언 후 유가가 폭등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9.93포인트(2.24%) 급등한 2만1413.4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56.40포인트(2.28%) 상승한 2526.9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6.73포인트(1.72%) 오른 7487.31 각각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가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수 있다고 밝혀 국제유가 폭락에 대한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렸다.
트럼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양측이 10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와 방금 얘기했다. 나는 그들이 하루 약 10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원유 및 가스 업계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산 규모가 150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 모두를 위해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MBS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칭한다.
트럼프의 유가전쟁 개입 발언 이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하루 기준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는 전날 대비 24.67%(5.01달러) 뛴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한때 35%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에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최근 잇따라 폭락세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달 30일 1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는 지난달 54% 이상 급락했고 올 1분기에는 66%나 빠졌다. 그런 국제유가가 모처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실업대란은 이날 다시 확인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5만 건으로, 전문가 전망치 400만 건을 훌쩍 웃돌았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주의 약 330만 명보다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 2주간 실업자가 1000만 명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실업 ‘쓰나미’가 현실이 됐다.
국제유가 급등에 유럽 증시도 전날의 하락장을 털고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47% 오른 5480.22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0.27% 상승한 9570.82로, 프랑스 CAC40 지수는 0.33% 높은 4220.96으로 각각 장을 종료했다.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도 5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2.9%(46.30달러) 급등한 온스당 1637.70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