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갈피와 가닥

입력 2018-09-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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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가수 최백호 씨의 노래 중에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게 있다. 중년 이상에게는 가을이면 으레 생각나는 노래로 자리하고 있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이 노래의 가사처럼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마음 둘 곳을 모를 때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의 가닥을 잡을 수 없다’고도 한다. 갈피는 무슨 뜻이고 가닥은 어떤 의미일까?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 하나하나의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책의 각 쪽(페이지) 사이를 ‘책갈피’라고 하는 것이 갈피의 대표적인 용례이다. 순서대로 묶어둔 책이나 문서의 끈이 풀려 낱장으로 흩어져 쪽수가 뒤바뀌면 그 책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갈피를 잡으려면 일일이 쪽수를 맞춰 다시 묶어야 한다. 이처럼 면적(面的)으로 뒤섞여 있는 상태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한 군데서 갈려 나온 낱낱의 줄이나 줄기 따위를 세는 단위’를 일컬어 ‘가닥’이라고 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그 낱낱의 줄을 풀 수 없을 때, 가닥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즉 선적(線的)으로 어지럽게 엉켜 있는 상태를 가닥을 잡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갈피와 가닥을 사람의 마음에 적용하여 앞서 최백호 씨의 노래 가사에서 본 것처럼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마음 둘 곳을 모를 때에 마음의 갈피나 가닥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가을은 왠지 좀 슬픈 계절이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가닥을 챙길 수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가수 패티 김이 부른 ‘9월의 노래’ 가사처럼 아직 “가로수의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져서”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비록 노래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가을엔 마음의 갈피와 가닥을 잡지 못하여 내 마음 둘 곳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풍성한 추석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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