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좌초(坐礁)

입력 2018-09-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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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 봐서 발을 뻗으라”는 속담이 있다. 분수를 모르고 과도한 욕심을 내거나 주변 상황을 살피지 못한 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꼬집어 하는 말이다. 제 몸 편하기 위해 자리에 누울 양으로 다리를 뻗었는데 자신의 발이 상대의 얼굴에 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당연히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 남이야 어떻든 제 편할 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사람의 반대나 지탄에 부딪쳐 발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채 핀잔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문제는 제멋대로 발을 뻗음으로써 상대에게 큰 상처와 불편함을 주었는데도 상대나 주변 사람들이 말도 못한 채 그 사람의 무례하고 오만한 ‘발 뻗음’을 다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갑질’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일수록 갑질이 없고, 더러운 세상일수록 못난 놈들의 갑질이 많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런 갑질이 적폐로 쌓여 있어서 쉬 사라지지 않는다.

넓은 바다가 눈앞에 거칠 것 하나 없이 펼쳐 있다고 해서 온 바다가 다 뱃길은 아니다. 그렇게 거칠 것 없는 바다라도 정해진 뱃길은 따로 있고 배는 뱃길을 따라 운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해류에 휘말려 표류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좌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초는 ‘坐礁’라고 쓰며 각 글자는 ‘앉을 좌’, ‘숨은 바위 초’라고 훈독한다. 배가 물 밑에 숨어 있는 바위에 앉게 되어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바로 좌초인 것이다. 배는 항로를 무시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좌초할 수 있다. 사람도 누울 자리를 보지 않은 채 오만하게 다리를 뻗다가는 좌초한 배처럼 옴짝달싹 못하다가 침몰하거나 강제로 견인되어 끌려 나갈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좌초하는 사람이 많다. 항상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공간 지각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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