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르노닛산에 인재유출이 잇따르면서 세대교체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노닛산에서 지금까지 1년간 곤 회장의 곁을 떠난 주요 임원이 4명에 이르며 그 가운데는 곤의 후계자로 꼽히던 사람들도 있다고 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자동차 경주장에서 지난 7월 27일 앤디 파머 당시 닛산 부사장은 스포츠카 ‘페어레이디Z’로 질주를 마친 뒤 “닛산에도 자동차 사나이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파머 부사장은 1995년 영국 로버그룹에서 닛산 유럽 자회사로 이직하고 나서 경영재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곤의 신망을 얻었다. 사교적인 성격으로 사내 평판도 좋았으며 지난해 겨울 상품 전략 총괄 책임자에 취임하고 나서는 닛산의 얼굴로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자동차 경주장에서 의욕을 보인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그는 영국 고급자동차업체 애스턴마틴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여름 휴가 동안 이직을 결정해 곤 회장에게 이메일로 보고했다.
강력한 곤의 후계자였으며 르노닛산의 2인자였던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푸조시트로앵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월에는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를 책임지던 요한 드 나이슨 사장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캐딜락 CEO에 올라 회사를 떠났다.
최근 르노닛산을 떠난 고위임원들은 나이가 50대 중반으로 회사경영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연령대다. 이들 인재를 빼앗기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르노닛산의 낮은 보수를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곤의 연봉은 약 10억 엔(약 100억원)으로 일본에서는 충분이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의 절반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세대교체에서 닛산이 뒤처지는 것이 간부 유출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곤이 닛산 회생을 위해 투입된 시기는 지난 1999년이다. 15년이 흐른 지금 40대 중반이었던 곤은 60세가 됐다. 반편 GM의 메리 바라 CEO와 포드의 차기 CEO인 마크 필즈 모두 1961년생이다.
경영자로서 마지막 꽃을 피울 시기인 50대에 접어든 르노닛산 간부들이 밖에서라도 자신의 역량을 시험할 기회를 잡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록 곤 회장이 환갑이 됐지만 경영을 계속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사를 책임지는 경영자라면 부하 임원진의 동기부여를 높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곤 회장의 카리스마 경영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곤과 마찬가지로 카리스마 경영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설립자가 이끄는 일본전산은 최근 증권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나가모리 설립자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이 리스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