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 미친 놈 소리 정말 많이 들었어요.”
마이쿤의 대표와 부대표인 최혁재·혁준 형제는 요즘 미친 듯이 잘나가는 벤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번 받기도 힘든 벤처캐피털 투자를 3번, 모두 6억원을 받아냈고 아시아 최대 벤처 박람회인 ‘비론치2014’에서는 주목할 만한 벤처 톱20으로 선정돼 프레젠테이션으로 경연을 벌이는 ‘벤처 배틀’에도 참가했다. 스마트기기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장소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 ‘플러거’를 통해서다.
플러거는 앱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카페, 식당, 편의점, 도서관, 이동통신 대리점 등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충전기 종류도 세분화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종류를 선택하면 이에 맞는 충전기를 보유한 곳만 골라서 위치와 상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이 외 콘센트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테이블 제공 여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기기의 오아시스 탐지 프로그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플러거는 배터리와 관련한 기발한 소셜 기능까지 추가해 오는 7월 초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쿤의 이 같은 성공은 역발상에 있다. 스마트폰 하면 모두가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을 가질 때, 이들은 배터리에 집중했다. 스마트기기가 활성화할수록 배터리가 더 빨리 방전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LG전자 모바일 개발팀 출신인 최혁재 대표는 개발을 하면서 늘 배터리 부족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개발할 때 제일 불편했던 게 배터리였어요. 그리고 주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이런 실생활 속 고민이 아이디어가 됐고, 동생의 선제적 사표와 함께 그대로 사업으로 이어졌다. 최 부대표는 강남·홍대 등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직접 나가 3000원을 받고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방전된 배터리와 교체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6개월 뒤 합류한 최 대표는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물론 처음부터 플러거 개발에 매달릴 수도 있었지만, 투자를 받기까지 버틸 수 있을 만한 실질적 매출이 필요했다.
“언제까지 투자만 기다릴 수는 없었어요. 라면값이라도 벌어야 버팁니다. 그리고 되돌아 보면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자세가 열정으로 어필이 됐던 것 같습니다. 가능성과 열정, 벤처 투자자들이 가장 높이 사는 대목이죠.”
처음에는 손해도 많이 봤다. 수명이 다 된 배터리를 새 배터리와 교체하는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없는 돈에 5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잃었다. ‘미쳤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들 형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배터리 수명을 측정하는 기기를 도입하자,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배터리를 돈을 주고서라도 교체하려는 소비자는 전형적인 스마트기기 해비 유저다. 통신사 입장에서 기본료만 사용하는 고객 10명보다 해비 유저 한 명이 수익에는 훨씬 이득이 되는 만큼,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비 유저를 유치·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반신반의하던 편의점에서도 차츰 도입하는 추세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플러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장소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플러거라는 공간 안에서는 우리도 하나의 서비스 제공자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다른 업자가 우리와 똑같은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하도록 권장해요. 더 많은 사람이 플러거에 참여해 공공의 이익이 실현되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