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와 함께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일본 엔이 그 지위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미국 CNBC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상수지가 악화돼 결국엔 엔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리스 슐로스베르크 BK자산운용 통화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경상수지 상태는 계속 악화하면 안전자산으로서의 엔의 기능에 의구심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 규모가 수입을 초과해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게 된다면 엔의 안전자산의 지위도 이어질 것이나 하지만 현재까지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가 갈수록 커지는 형상이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맥쿼리 수석부대표도 “무역수지가 악화해 엔의 가치가 떨어지면 엔을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안전자산 지위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본의 무역수지는 21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1조4463억 엔(약 14조6309억원)으로 지난해 3월 무역적자 3669억엔에 비해서도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2011년 동일본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폐쇄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어난 데 비해 수출은 1.8% 증가에 그친 영향이다.
지난해 달러 대‘ 엔 가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개혁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1% 절하됐다. 그러나 엔저 현상에도 수출 증가 폭이 수입 증가 폭을 상쇄하지 못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졌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령화도 일본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면서 엔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레스터는 “고령 인구 층이 저축을 인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엔 약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