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 결혼보호법은 “결혼은 이성간 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연방 결혼보호법이 동성 결혼 커플에게 세금은 물론 보건과 주택 관련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전했다.
이날 위헌 심리에서 대법관 5명은 위헌, 4명은 합헌 의견을 밝혔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 의견문에서 “연방 결혼보호법은 동성부부가 삶을 영위하는 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이는 수정헌법 5조에서 보호하고 있는 개인의 동등한 자유를 빼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은 동성 커플에게 ‘2류 결혼(a second-tier marriage)’이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그러나 소수 의견문에서 “민주적으로 통과된 법을 무효화하는 헌법적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동성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 법 조항에 대해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 조항(프로포지션 8)에 대해 5대 4의 표결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표결에서는 진보ㆍ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이례적으로 찬반이 엇갈렸다.
이날 대법원 결정에 따라 캘리포니아에서는 관련 절차를 거쳐 약 한달 뒤부터는 동성결혼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나 미국의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현재 특별자치구인 워싱턴D.C.를 비롯해 워싱턴ㆍ아이오와ㆍ미네소타ㆍ델라웨어ㆍ메릴랜드ㆍ코네티컷ㆍ메인ㆍ매사추세츠ㆍ뉴햄프셔ㆍ뉴욕ㆍ로드아일랜드ㆍ버몬트 등의 주(州)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 나라의 법은 국민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근본적인 진리를 따르고 있다”면서 “모든 미국 국민이 동등하게 여겨질 때 우리는 더 자유로울 것”이라며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이날 워싱턴DC 연방 대법원 앞에는 동성 커플들이 대거 몰려들어 환호와 함성으로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동성결혼을 지지해온 에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대법원 결정 후 “오랜 여정이었지만 차별을 넘어 평등이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