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74.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주요 수출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환율 마지노선’ 인 1086.2원보다 10원 이상 낮은 수치다.
특히 기업 규모별 환율 마지노선은 대기업이 1076.1원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1090.4원이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내 수출기업은 환율 급락에 따른 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국내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IT와 자동차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이후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6000억여원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가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원화 값이 달러 당 10원 강세를 보일 때마다 영업이익이 1670억원씩 줄어드는 구조”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하반기 들어서만 1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원화 값이 10원 강세를 보이면 약 2000억원 가량 매출이 감소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화 대비 엔화 약세 기조도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할 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6일 ‘엔화 약세와 자동차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미국 시장의 현대·기아자동차 점유율은 10월보다 0.2% 포인트 낮아진 8.3%에 머물러 닛산(8.4%)에게 추월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10%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면 국산 자동차 수출액은 12%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원·엔 환율은 올 초보다 10% 이상 떨어진 1280원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 생산해 수출한 현대차는 113만3943대로 지난해보다 5.4% 증가했고, 기아차는 106만4276대로 1.5% 증가했다”며“그러나 내년은 수출을 늘리는 대신 현지 공장의 생산력을 높여 원화가치 상승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원고·엔저와 외교관계 경색으로 일본인 입국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강세와 항공자유화 추세로 국내 주요 항공사 시장 점유율의 지속적인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