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나무의사 제도가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자격증을 가진 의사가 부족해 정작 나무병원이 존폐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의사는 많지만 매년 10% 남짓한 합격률로는 병원 운영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국회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된 올해 6월 이전 전국 1447개였던 나무병원은 제도 시행 이후 738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의사제도는 수목의 질병 등 각종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활동을 관련 전문가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8년 도입 이후 5년간 유예기간을 뒀고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제도 시행에 따라 수목진료는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 두 종류의 국가전문자격자를 보유한 1종 나무병원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나무의사 2명 혹은 나무의사 1명과 수목치료기술자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 식물보호기사 등의 자격자만을 보유하고 수목진료를 했던 1종 나무병원은 소속 근로자가 나무의사 자격을 신규로 취득하거나 나무의사를 고용해 등록기준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수목 진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나무의사가 부족해지면서 나무병원이 폐업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 취득 후 실무에 종사한 사람 중 산림청이 지정한 양성 교육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나무의사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10.9%로 집계됐다. 올해는 13.9%의 합격률을 나타냈지만, 합격률이 낮을 때는 5.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 응시자 수는 1만93명으로 이 중 1152명이 자격증을 받았다. 합격률이 10%대에 불과한데다 양성기관도 전국 13개에 불과해 나무의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 때문에 올해 5월 전국 1447개 였던 나무병원은 제도 시행 이후인 8월 기준 738개로 급감했다. 경기 183곳을 비롯해 인천과 충남에서도 각각 78곳, 64곳의 나무병원이 문을 닫았다. 제도 시행 이전 수준의 나무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나무의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의원은 "수목 관리 전문성 향상을 위해 부족한 양성 교육기관 수를 늘리고 선 시험 후 합격자에 한해 양성 교육을 이수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나무의사 시험제도를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이나 난이도 조절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 기술자격시험처럼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