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피해자 의사 반영 안된 합의"…형식적 판결 지적
“‘성노예’ 표현, 한국이 사용불가 확인해줬는지 공개청구”
대법원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를 비공개 대상으로 최종 확정한 가운데, ‘피해자의 알권리’를 외면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을 제기했던 송기호 변호사는 2일 한일 외교 문서가 아닌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정보공개 청구를 시작으로 위안부 합의의 전모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날 송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의 이익이 정보 공개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한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넣어 일본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이에 송 변호사는 한일 양국이 2014년~2015년 공동 발표문의 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이 존재하는지, 일본이 이를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외교부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송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한일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피해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해당 정보가 공개된다면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외교 협상 정보의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며 2심 판단을 수긍했다.
양성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국가가 대리인 자격으로서 당시 위안부 합의를 했지만, 피해자들의 의사나 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법원은 이런 절차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위안부 협상 내용은 비밀이 해제되는 2045년쯤에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인데, 이 중 231명이 사망해 생존자는 9명으로 줄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4.4세다.
송 변호사는 이날 다시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여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은 2015년 12월의 일한(위안부) 합의 시 한국 측도 확인했다’는 내용의 외교청서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송 변호사는 “일본이 굉장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과 합의했던 내용을 먼저 공개했는데, 일본 주장에 따라 합의 과정에서 (한국이) 확인해 준 회의록이나 문서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외교 관계와 상관없다. 물어보는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는 역사적인 진실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자발적이었다는 일본 우익의 논리를 전제로 한 합의라면 수용할 수 없다”며 “외교부가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이 30년을 기다리게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