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정상화 압박 한층 커질 듯
가계지출은 6개월 만에 첫 감소
음식과 에너지 물가 모두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영향을 미쳤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품 가격은 지난달 7.5% 올랐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에너지 가격은 26.0% 폭등했다. 전국 물가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도쿄 지역 CPI는 7개월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초과했다. 전문가들은 20일 발표될 지난달 전국 근원 CPI 상승률이 40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의 3.7%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금융완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4일 전국은행협회 신년 행사에서 “일본은행은 임금 상승을 수반하면서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완화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아시아경제팀도 “일본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1분기 2.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1월부터 시작되는 전기, 가스 요금 보조금 지급이 근원 CPI 상승률을 최대 0.8%포인트(p)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최근 엔화 강세도 수입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의 2배 수준에 이르면서 BOJ는 완화정책을 추가로 축소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BOJ는 지난달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허용 폭을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를 내는 조치다.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세로 살펴보면 일본이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BOJ가 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할 근거를 제공하는 더 많은 경제지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로다 총재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한다”며 “BOJ가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변동 상한 폭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BOJ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인플레이션에 가계지출도 위축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11월 2인 이상 가구의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 줄어든 28만5947엔(약 269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지출을 구성하는 10개 항목 중 7개가 감소세를 나타냈다.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로 실질 임금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달 일본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8%나 하락해 2014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