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인력난에...일본 기업 도산 3년 만에 증가세

입력 2023-01-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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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까지 일본 기업 도산 건수 전년비 5% 증가
일본은행 완화기조 수정에 기업 부담 더 커질 듯

▲일본 기업 부채 총액(선 그래프)과 도산 건수(막대 그래프). 단위 조 엔·만 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기업 부채 총액(선 그래프)과 도산 건수(막대 그래프). 단위 조 엔·만 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지난해 일본 기업의 도산 건수가 3년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료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금난이 악화한 건설업과 운수업종의 도산이 두드러졌다.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인력난도 기업들의 어려움을 심화시켰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쿄상공리서치(TSR)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1월까지 도산한 일본 기업이 총 5822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고 보도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12월분을 포함하면 지난해 전체로는 6400곳이 도산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망대로라면 이는 6030곳이 도산했던 2021년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기업들의 부채 총액은 2조3000억 엔(약 21조8162억 원)으로 전년(1조1507억 엔)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해 2017년(3조1676억 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1조 엔 이상 부채를 떠안고 민사회생 절차에 들어간 자동차 부품 대기업인 마렐리홀딩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도산과 부채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 원자재 가격 급등이 꼽힌다. 비용 상승분을 모두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하는 기업도 늘었다. 특히 건설업과 운송업의 도산이 두드러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건설업종 기업의 도산 건수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운수업은 33% 증가했다. 이는 전 업종 증가율(5%)보다 월등히 높은 증가 폭이다.

물론 2021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도입한 실질 무이자·무담보대출인 '제로제로 대출' 혜택으로 일본의 도산 건수가 57년 만에 기록적으로 적었던 '기저효과'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물가 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어 올해에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는 가운데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는 요식업과 숙박업종 기업들의 도산이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TSR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요식업 도산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한 49건을, 숙박업은 50% 증가한 6건을 기록했다.

기업 경영진의 고령화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62.77세(2021년 기준)로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1~11월 CEO 부재로 도산한 기업이 전년 대비 389곳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실질 파산 상태인 '좀비 기업'의 본격적인 퇴출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로제로 대출' 혜택으로 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의 원금 상환이 올해 본격화하면서 당초 실질적으로 면제됐던 이자 지급이 시작된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완화 정책 수정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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