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둔화 영향
투자 포함 수익성 낮은 제품 생산 축소
HBMㆍ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주력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맞았다. 당분간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 및 감산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 60.3% 감소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20.5%, 60.5%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고 일부 제품 생산량도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수급 밸런스를 정상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에서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는 높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의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메모리 수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매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를 통해 경영환경 불확실성으로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주요 고객사들은 반도체 재고소진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업계 재고 수준은 평균보다도 높고 내년 1분기까지도 피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서버 고객도 재고조정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올해 말 예상되는 업계의 재고 규모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는 10조 원 후반대로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내년 투자는 올해의 50%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8~2009년 금융 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간다.
노종원 사장은 “웨이퍼 캐파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우선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팹 생산 효율성을 위한 장비 재배치, 제품믹스 등 장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주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보다 줄고 선단 공정 비중도 애초 계획보다 낮아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의 수급 밸런스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사장은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에서 D램의 경우 특정한 시나리오에서 내년 생산 비트그로스(비트당 출하량 증가율)가 줄어드는 케이스까지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를 포함한 DDR5ㆍHBM3ㆍLPDDR5와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에 집중하며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하이퍼 스케일로)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서버용 DDR5는 내년도에 연간 전체적으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내년 말로 가면 3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저희는 DDR5의 성능 그리고 완제품 포트폴리오, 그리고 고객과 인증 확대 등의 강점들을 바탕으로 시장 성장세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DDR5의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LPDDR5 제품에서 차별적 성능 우위, 주요 하이엔드 세그먼트 폰 메이커들과 그다음에 SOC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굉장히 잘 확대되고 있다”며 “때문에 내년도에 DDR5, HBM과 더불어 (LPDDR5) 저희 사업의 안정성 및 확대를 도모하고 수요 안정화에 기여하는데 크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238단 낸드 개발 및 양산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중반부터 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메모리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대상이다. 다행히 규제 대상에서 1년간 유예되며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업계에선 유예 연장이 불확실해 공장 운영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 사장은 이와 관련해 “이러한 유예조치가 1년씩 연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만일 라이센스 허가가 유예되지 않는다면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장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2020년대 후반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팹(공장)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재 생산 베이스에 대해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