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워라밸’ 선두기업 노보노디스크...“직원 삶 존중했더니 책임으로 보답”

입력 2022-10-05 05:00 수정 2022-10-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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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워라밸이 회사 유산...정부도 법 개정으로 응답해

-덴마크 ‘전인적 삶(holistic life)’ 추구...노보의 뿌리 워라밸은 기업 유산
-‘존중’과 ‘건강한 업무 환경’ 중시 육아휴직,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실시
-“일을 덜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일하는 것”

▲덴마크의 워라밸을 이끈 기업 노보노디스크의 P&O 기업협력 전무 밀레 볼코스트가 자사의 워라밸 관련 정책을 들려주고 있다. 코펜하겐=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덴마크의 워라밸을 이끈 기업 노보노디스크의 P&O 기업협력 전무 밀레 볼코스트가 자사의 워라밸 관련 정책을 들려주고 있다. 코펜하겐=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덴마크에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다. 100년 역사의 글로벌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도 그중 하나다. 노보노디스크는 1923년 당뇨병 정복을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오랜 연구와 혁신을 통해 인슐린 개발에 큰 획을 그었고, ‘죽음의 질병’에서 인류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건강한 삶에 대한 헌신은 기업 문화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노보노디스크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시하고, 이를 잘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8월 말,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본사에서 밀레 볼코스트(Mille Borchorst) P&O 기업협력(Business partnering) 전무를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노보노디스크가 ‘워라밸’ 선두 기업 자리를 꿰찬 배경으로 볼코스트 전무는 ‘덴마크’ 그 자체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덴마크는 ‘전인적인 삶(holistic life)’을 추구한다”며 “노보노디스크는 그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삶에는 개인, 업무, 가족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 사이에서 균형 잡는 걸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보노디스크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가치가 보태졌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 사회에 기여하게 한다는 목표다. 볼코스트 전무는 “(워라밸은) 우리 회사가 지켜온 ‘유산(heritage)’”이라며 두 가지 기본 요소로 ‘존중(respect)’과 ‘건강한 업무 환경(healthy work environment)’을 언급했다.

철학은 정책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가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시행 중인 제도는 크게 육아휴직,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세 가지다. 우선 육아휴직. 덴마크는 법을 개정해 8월 2일부터 부모가 각각 24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11주는 본인이 써야 한다. 엄마와 아빠가 약 3개월씩 반드시 육아휴직을 쓰도록 강제한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법 개정 이전부터 남성 직원의 경우 3개월의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최소 2개월의 육아휴직을 보장했다. 인터뷰 시점 기준, 최근 12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 수는 414명에 달했다. 볼코스트 전무는 “육아휴직은 자녀뿐만 아니라 본인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일, 개인의 영역이 큰 전환점을 맞는 시기에 본인의 역할과 향후 방향을 생각해보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를 조율하는 힘은 결국 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코스트 전무는 강조했다.

재택근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인 성향과 업무 특성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코로나19 시기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때론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너무 오래 재택근무를 하는 건 ‘건강과 행복(well-being)’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또 구성원이 함께할 때 소속감이 생기고 역동성이 살아나기 때문에 사무실 근무와 재택의 균형을 맞춰 가려 한다고 볼코스트 전무는 설명했다. ‘건강한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유연근무제다. 노보노디스크에서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오전·오후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주당 근로시간의 80%만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틀의 병가도 허용하고 있다. 볼코스트 전무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며 리더와 구성원의 원활한 소통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원의 자율을 중시하는 기업의 고민은 없을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볼코스트 전무는 “직원들은 신뢰를 줬을 때 책임으로 보답한다”며 “신뢰한다는 느낌을 주고 인간적으로 대하면 회사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이는 목적에 전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근무 형태에 대해서도 “일을 ‘덜’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일하는 것”이라며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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