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품질과 구성품 충실
-"베이비 박스는 모든 국가혜택의 시작"
“베이비 박스는 아이와 엄마를 위한 최고의 선물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를 임신하면 정부로부터 베이비 박스(Maternity Package)를 받는다. 베이비 박스 대신 현금(170유로)을 받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산모가 베이비 박스를 선택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리나 씨도 베이비 박스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추운 핀란드에서 아이 패딩우주복은 필수품이지만 한 벌에 150유로가 훌쩍 넘는다. 우주복 하나만 보더라도 현금 대신 베이비 박스를 받는 것이 이득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베이비 박스의 가치를 돈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938년에 만들어진 베이비 박스는 핀란드 사회복지제도의 첫 시작이었고, 현재는 핀란드 ‘보편적 복지’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켈라(핀란드 사회보험청)’ 본부를 찾았다. 켈라는 베이비 박스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컸다. 올가 가슨 켈라 홍보수석은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핀란드의 베이비 박스를 벤치마크해 아이와 엄마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핀란드의 베이비 박스는 아이와 엄마를 위한 육아 용품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동물 문양의 마분지로 제작된 박스 안에는 두툼한 방한 우주복과 계절별 유아복, 양말, 신발, 수건, 기저귀, 체온계, 손톱깍이 등 아이를 위한 육아용품 40여 가지와 엄마를 위한 개인 위생용품과 성인용품까지 담겨 있었다.
정부에서 제공한다고 하면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둘째를 낳는 경우 베이비 박스 대신 현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첫째 아이 때 받은 베이비 박스 상품들을 둘째 때도 이어서 쓸 수 있을 만큼 질이 좋기 때문이다.
가슨 수석은 “베이비 박스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제품의 질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라며 “베이비 박스의 제품들은 노동법을 준수하는 환경에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는지까지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는 핀란드 소수민족인 ‘사미족’을 배려해 사미족 언어로 쓰여진 동화책까지 담았다.
이에 베이비 박스에 들어가는 제품이라는 것만으로, 엄격한 검증 작업을 거쳤다는 보증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핀란드 기업들은 물론 유럽연합(EU) 국가 내에서 활동 중인 관련 회사까지 베이비 박스에 들어갈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2년마다 제품 구성을 새롭게 하는데, 이번 시즌의 경우 바지 하나에 무려 4만 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한다.
베이비 박스가 핀란드의 출산 관련 복지 정책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베이비 박스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우티 안틸라 켈라 사무총장은 “베이비 박스의 시작은 높은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베이비 박스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베이비 박스는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혜택의 시작이며, 이후 연계되는 출산 관련 정책들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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