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실탄의 15% 소진한 듯
엔화 매수 vs. 초저금리 유지, 정책 모순 논란에 일은 총재 “상호보완”
일본 금융당국이 지난주 엔화 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24년 만에 실시한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사상 최대였다고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앞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지난 22일 달러ㆍ엔 환율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145엔을 돌파하자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아직 재무성이 정식으로 엔화 매수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환시장 참가자의 분석으로 금액이 추산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당시 환매 개입 규모는 3조 엔(약 29조 원) 정도로 추산됐다.
일본은행이 전날 발표한 27일 당좌예금 잔고 전망에서 외환 개입을 반영하는 ‘재정 등 요인’에 의한 당좌예금 감소액은 3조6000억 엔이다. 단기금융회사의 추산에 따르면 외환시장 개입이 없었을 경우 예상 감소액은 0~7000억 엔이다. 따라서 차액인 2조9000억~3조6000억 엔을 환매 개입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1998년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예상하고 있다. 기존 일본은행이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하루 최대 금액은 1998년 4월의 2조6201억 엔이었다.
일본은행의 엔화 매수를 위한 자금 한도는 8월 기준 약 1361억 달러(약 194조3099억 원)다. 이는 일본의 외환보유액 1조2920억 달러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이나 타국 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금으로 곧바로 환매 개입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이다. 만약 22일 외환시장 개입으로 3조엔을 매입했다면 일본은 약 19조7000억 엔의 자금 중 15% 정도를 소진한 셈이다.
145엔 선까지 올랐던 달러‧엔 환율은 하락해 140엔을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개입 효과가 벌써 약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간사이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최근 엔화 매수 개입은 적절했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긴축 정책과 엔화 매수라는 시장 개입이 정책적 모순 아니냐’는 질문에 “두 조치의 목적과 효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