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에 지원한 유급휴가 보조금보다 많아
영국, 에너지 위기에 ‘인도주의적 위기’ 가능성도 커져
영국 정부가 에너지 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해야 할 수 있다고 24일(현지시간) CNN 보도했다.
영국 정부연구소(IFG)는 전날 영국 정부가 올해와 내년 겨울을 나기 위해 일반 가정의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려면 1000억 파운드(약 159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가 유행한 18개월 동안 유급 휴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한 재정 규모는 약 700억 파운드다. 에너지 위기가 전례 없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력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정부는 올해 초 에너지 요금 인상분의 90%를 보조하는 방침을 택했다. 지난해부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시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연간 평균 청구액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54% 증가해 현재 1971파운드에 이른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 오실원에 따르면 정부 지원이 없는 경우 일반 가정이 내년 봄까지 지출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은 연간 평균 6433파운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지난주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했다. NHS는 “올 겨울 많은 사람들이 난방과 식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연료 시장의 핵심 주체인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영국 가구의 절반 정도가 내년 초부터 연료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료 빈곤이란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상태를 말한다.
영국 에너지 기업 스코티시파워도 정부에 2년 동안 에너지 비용을 동결할 것을 요청했다. 키스 앤더슨 스코티시파워 최고경영자(CEO)는 22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팬데믹보다 더 큰 국가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29개 소규모 에너지 공급업체가 지난해 여름부터 파산하는 등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에너지 비용 지원을 위해 약 330억 파운드를 지출했다. 정부는 가장 취약한 가구에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등 계속해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