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테슬라·넷플릭스, 실적 예상 밑돌았지만 주가 급등
낮은 기대감, 증시 반등 배경
소비재·IT 종목에 저가 매수세 몰려
미국 기업들이 비용 상승과 수요 부진 여파로 2분기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어닝쇼크’에도 주가는 상승세다.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죽을 쑤던 시장에 차분히 대응하면서 성장주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올해 17% 빠졌던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는 지난주 2.5% 올랐다. 7월 들어서만 5%가량 상승했다. 주요 기업들이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 감소한 5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A)은 전년의 1.03달러에서 0.73달러로 줄었다. 월가 예상치를 하회한 실적에도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3.4% 급등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역시 2분기 구독자가 약 100만 명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그 다음 날 주가는 7.3% 뛰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종목 가운데 월가 전망치를 밑돈 기업 주가는 실적 발표 이틀 전후로 평균 0.1% 하락했다. 최근 5년간 평균(2.4%)보다 하락 폭이 훨씬 적었다.
향후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낮은 기대감이 역설적으로 미국 증시 반등의 배경이 됐다.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41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그 여파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과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동안 시장은 불안에 휩싸였다. 미국 기업들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치솟아 비용 부담이 커진 반면 수요가 둔화했다며 암울한 실적을 예고했다.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워낙 기대치가 낮았던 탓에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뚜껑이 열리자 오히려 안도감이 생겼다. 빌레어앤코의 샌디 빌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심리는 꽤 부정적이었다”며 “기업 실적이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형편없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실적에 ‘선방’하면서 투자자들은 성장주 투자에 자신감까지 얻었다. 지금을 저가 매수 적기라고 보는 셈이다. 이달 들어 소비재와 정보기술 관련 주식들이 S&P500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주 17% 오르며 주간 기준 2018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테슬라도 13% 뛰었다. 스펙트럼 웰스매니지먼트의 레슬리 톰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재와 기술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지금이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매력을 더한다. S&P500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6.9배로 2021년 말의 약 21배에서 낮아졌다.
이번 주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 결정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 발표가 시장의 투자 기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