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1월 열린 롯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유통 위주의 사업 구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후 롯데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VCM 이후 두 달여 만에 모빌리티 분야에 18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롯데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 경쟁력을 키우고자 주요 기업과 협업은 물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다른 미래 먹거리 키우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가 모빌리티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7일 1800억 원을 투자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쏘카의 지분 일부를 인수함에 따라 롯데렌탈과 쏘카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생태계 조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차량 정비, 관리 등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는 일찌감치 논의를 시작헸다.
작년 11월에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지주, 롯데렌탈은 UAM 실증 비행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등과 7자 업무협력을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추진한다. UAM 이착륙장 및 충전소 등 제반 인프라 구축 및 운영도 검토한다. 롯데지주는 그룹 내 역량을 결집해 실증비행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롯데가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유통 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그룹 버팀목 역할을 했던 식음료, 마트, 호텔 등 유통 소비재 사업은 질병 등 대외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실제 롯데 유통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마트, 백화점 등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7% 감소했다. 롯데푸드의 영업익은 13.6% 감소한 385억 원에 머물렀고, 롯데제과 역시 4.5% 줄어든 826억 원을 기록했다.
유례 없는 위기감에 롯데는 작년 인사에서 유통ㆍ호텔 사업군 총괄대표로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가 유통 총괄대표,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호텔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반복되면 롯데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신 회장은 최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올해 1월 VCM에서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는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에 멈추지 않고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의 역량도 키운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기반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롯데홈쇼핑, 롯데백화점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한 주요 롯데 경영진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회의를 진행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융합 세상에서 롯데 메타버스가 기준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