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최윤범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을 것"

입력 2024-11-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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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사회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최윤범 "시장 혼란ㆍ주주 우려 수용…사과드린다"
주주 설득 초점…이사회 독립성 키우고 주주 환원 확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이 2조5000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최윤범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사회 독립성을 확대하는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확대 등을 통해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별도의 검토를 거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며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달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전체 주식 수가 늘면서 MBK파트너스ㆍ영풍 측의 지분율은 낮아지고,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는 물량을 통해 최 회장은 3~4%가량의 우호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효과를 얻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공개매수 자금 부담을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금융당국도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유상증자를 강행하기 어려워졌다.

고려아연은 추가적인 우호 지분 확보 대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일반 주주들을 설득해 주총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며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기업설명(IR) 전담 사외이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소수 주주 다수결 제도(Majority of Minority Voting)' 등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경영 참여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화하고, 분기배당 도입도 추진한다.

최 회장은 "다가올 임시 주총 또는 정기 주총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할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는 주주들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배구조 개선, 혁신적인 주주 친화 정책 도입으로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 정관 변경 사항이기 때문에 주총을 통한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회장으로서만 일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선 MBKㆍ영풍도 동의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상증자 철회로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우호지분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베인캐피털 지분(1.41%)을 포함하면 약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MBKㆍ영풍 측은 공개매수 이후 장내 매집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1.36%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39.83%까지 끌어올렸다.

MBKㆍ영풍 측이 법원에 신청한 임시 주총 소집과 관련해 최 회장은 "임시 주총 날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수용할 뿐 따로 예측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MBKㆍ영풍은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으로 1일 서울중앙지법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27일 변론 기일이 열린다.

MBKㆍ영풍이 지분율에서 앞서고 있는 만큼 임시 주총이 빠르게 열릴수록 의결권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임시 주총을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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