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시행 이후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
우리나라 주요기업(시총 상위 10대 기업)들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이 2.5년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시총 상위 10대 기업 평균 5.1년에 비해 월등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15일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 2년간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인 ‘사외이사 운영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국가 중 10대 기업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미국이 7.5년으로 길고 우리나라가 2.5년으로 가장 짧다”며 “이는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최대 6년으로 제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3.8년이었지만 2020년 1월 사외이사 임기 제한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 후 2021년에는 평균 재직기간이 2.5년으로 감소했다.
경총은 “미국 주요 기업의 경우 6년을 초과한 사외이사 비중이 47.9%에 달하는 등 장기 재직하는 사례가 많다”며 “비교국 가운데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외이사의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주요국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기업인(CEO, 임원 등)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수 등 학자 출신 비중이 가장 높고 기업인 비중은 비교 대상 5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1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영국이 84.2%로 가장 높았고 우리나라가 16.7%로 가장 낮았다. 국내의 경우 학자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47.9%였다.
우리나라 상황을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 상ㆍ하위 40개 기업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시총 상위기업보다 하위 기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는 시행령 개정 이전에 하위 20개 기업 사외이사의 평균 재직기간이 7.5년으로 더 길어 아직 장기근속 하는 사외이사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의 영향도 중소ㆍ중견기업에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시총 하위 20개 기업의 평균 재직기간(3.2년)이 대기업인 상위 20개 기업(2.4년)보다 길었다. 6년 이상 재직자의 비중도 더 높게 나타났다. 재직기간 감소 폭이나 6년 이상 재직 사외이사 비중 감소 폭도 시총 하위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상위 20개 기업에서는 여성 이사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교체된 사외이사의 43.8%가 여성이었다.
경총은 “(여성 이사 비중 확대는)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법 적용 전임에도 적극적인 여성 사외이사 확보 노력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과 이사회에 여성이사가 포함된 기업의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2019년 5.2%에서 지난해 18.6%로 증가했다. 또한, 이사회에 여성이사가 포함된 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85%로 크게 늘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의 일률적인 재직기간 제한으로 인한 잦은 사외이사의 교체가 전문성 축적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사외이사 인력풀이 넓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중소ㆍ중견기업에 사외이사 신규 선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 완화를 포함한 기업의 이사회 운영 자율성을 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산업의 경험을 가진 기업인 사외이사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