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리튬 가격…전기차·배터리 업계, 장기 수급 불균형 직면

입력 2021-12-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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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가격지수, 올해 240% 폭등
전기차 수요 확대·환경 문제·공급망 병목 현상 등 원인
최소 내년까지 공급 부족 이어질 전망

▲체코 치노베츠의 한 광산에서 2017년 3월 22일 광부가 리튬 광석을 집어들고 있다. 치노베츠/AP뉴시스
▲체코 치노베츠의 한 광산에서 2017년 3월 22일 광부가 리튬 광석을 집어들고 있다. 치노베츠/AP뉴시스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서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 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월별 리튬가격지수가 5~11월 사이 두 배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승률은 약 240%로, 5년 전 집계가 처음 시작된 이래 최고 수준이다. 가격이 상승한 주요인으로는 테슬라와 기타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확대가 있다. 이들이 판매를 늘리면서 리튬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반면 지난해까지 가격이 지지부진했던 여파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면서 공급은 한정적인 상황이다.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 환경 문제와 번거로운 허가 절차도 공급에 지장을 주고 있다.

리튬 관련 스타트업인 리튬아메리카스의 존 에반스 최고경영자(CEO)는 “마치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있는 것 같다”며 “광기 어린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리튬 자체는 세계 각지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다만 배터리 원료로 쓸 수 있게 하려면 길고 힘든 작업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 리튬 가격은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기 쉽다. 세계 1위 리튬 생산 기업인 알버말의 에릭 노리스 리튬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회사 실적 발표 당시 “리튬은 충분하다. 다만 거기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리튬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가치도 껑충 뛰고 있다. 리튬 관련 기업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인 글로벌X리튬앤드배터리테크ETF는 올해 들어 45% 상승했고 일부 리튬 생산 기업의 주가는 70% 넘게 올랐다고 WSJ는 설명했다. 원유처럼 많은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선물 시장이 없는 만큼 리튬 가격 상승이 생산 기업의 가치로 이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리튬아메리카스는 아직 리튬을 생산하지 않지만, 기업 가치는 약 40억 달러(약 4조7300억 원)에 이른다.

최근엔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운영하는 회사 중 하나인 코크스트래티직플랫폼은 이달 스탠다드리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스탠다드리튬은 미국 아칸소주에서 리튬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달엔 리튬아메리카스가 중국 CATL을 제치고 리튬 생산업체인 밀레니엄리튬을 4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가격을 폭등하게 하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장기적인 리튬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최소 내년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HS마킷의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 문제는 재료의 실질적인 부족이 아닌 이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 관한 것”이라며 “내년 어느 시점에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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