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생산 시 필요 전력, 구리의 10배
친환경·전기차 보급 확대에 가격 13년래 최고 수준
그린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탈탄소 정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전기차 산업 육성이 갈림길에 섰고,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알루미늄을 생산할 땐 값싼 석탄 화력발전이 활용되며, 생산량을 늘리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을 의식해 배출 억제를 우선하면 생산량 감소에 따라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해 전기차 보급에 방해가 되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알루미늄 1톤 생산 시 필요한 전력은 약 14메가와트시(Mwh)로, 구리의 약 10배에 달한다. 알루미늄 글로벌 벤치마크인 런던금속거래소의 3개월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 한때 톤당 3200달러(약 380만 원)를 기록해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이달 폐막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처음으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 내용이 협약문에 명시되면서 탈탄소 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이로 인해 딜레마도 심해진 상황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야마구치 겐이치로 연구원은 “수년 전엔 생각할 수 없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애초 단계적 폐지에서 단계적 감축으로 표현은 약해졌지만, 메시지 수위는 확실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탈탄소 흐름으로 알루미늄 공급이 제한되지만, 수요는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항속거리를 늘리려면 차체 경량화가 필수적인데, 철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로 가벼운 알루미늄이 핵심 소재여서 수요가 치솟을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인 중국은 9월 이후 철강과 알루미늄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억제를 강화하며 공급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로, 자국 내 생산 대신 부족한 물량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알루미늄 시장은 향후 5년간 적어도 400만 톤의 공급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루베니경제연구소는 “중국의 환경정책은 진심”이라며 “국민 지지를 얻는 정책도 과거 경제 중심에서 대기오염 없는 환경 실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애플과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수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 제조한 ‘그린 알루미늄’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수력 발전을 통한 알루미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에서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다. 더 나아가 수요가 커지면서 알루미늄 가격에 웃돈을 얹는 ‘그린 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닛케이는 “탈탄소 사회에서 알루미늄이나 구리, 니켈 등의 금속 자원이 많이 필요하지만,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앞으로 점차 허용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그린플레이션)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