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잉크 마르기도 전에...에너지값 놀란 주요국, 뒷걸음질

입력 2021-09-30 14:26 수정 2021-09-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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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 에너지 가격, 최근 가파른 상승세
폴란드, EU 환경장관 회의 소집…기후정책 재고 요청
중국, '전력난'에 제조업 경기 위축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고려

▲영국 체스터에서 송전탑들이 보인다. 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체스터에서 송전탑들이 보인다. 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탈탄소를 외치던 세계 각국이 에너지값에 놀라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간 목소리를 높이던 유럽과 중국은 역사상 최악의 전력난 위기에 처하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은 현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랐다. 유럽 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TTF의 10월물 가스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7유로 상승한 메가와트시(㎿h) 당 83.85유로를 기록했고, 영국의 10월 인도분 가스 도매가격도 11펜스 상승한 섬(Therm·열량단위)당 212펜스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가격 상승에 현지에선 기존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주기 바쁘다. 이탈리아는 4분기 전기와 가스 공급가를 각각 29.8%, 14.4%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률은 정부 지원금이 반영된 수치로, 실제로는 각각 45%, 30%에 달한다.

영국은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70년 만에 최악의 건조 기후를 맞아 바람이 줄면서 풍력발전도 타격을 입었다.

그리스는 전력 비용이 급등하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폴란드는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EU 환경장관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회의는 내달 열릴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서한에서 “현재 EU 전역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에너지 회사와 시민 모두에게 전례 없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에너지와 기후 정책을 설계할 때 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EU)는 7월 기후변화에 대한 공격적 대응책인 ‘유럽그린딜’의 핵심 12개 법안 패키지를 담은 ’핏 포 55‘를 발표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불만이 유럽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도 전력난 속에 석탄 비축분이 바닥나 대책을 고심 중이다. 중국은 3월 늘어난 광산 관련 사고와 지나친 채굴에 따른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광산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후 광부들 사이에서 생산량 확충을 주저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비축분도 동이 났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전력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PMI는 49.6을 기록해 19개월 만에 경기 확장 기준선인 50선을 밑돌았다. 국가통계국은 “중소기업이 높은 원자재 가격에 자금난이 심해져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석유와 석탄 등 연료가 그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8월 말 석탄 생산량이 전년 대비 4.4% 감소했지만, 수요는 14% 증가하면서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당국은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거용 요금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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