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대란과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요소수 사태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요소수발(發)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소기업의 물류난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류난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로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가 불가피하게 뛰면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9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홍콩-북미 노선 항공운임은 전년 동월 대비 85.2%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콩에서 유럽 노선 항공운임도 65% 넘게 뛰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류난이 해운에 이어 항공 화물운임의 급등을 부추긴 영향이다. 연말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글로벌 물류대란은 더 심화하고 있어 국내 중소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 기업 측은 “급격한 물류비 상승으로 올해 수출이 중단됐는데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패션의류 업체 B사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수시로 제품 샘플을 보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운송비가 이전보다 너무 많이 들어 신규 바이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금리 인상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도 최근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기업계는 최근 유가 상승,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자 물가가 1%p(포인트) 오르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0.27%p 감소해 대기업(0.09%p↓)대비 감소폭이 3배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측은 “최근 중소기업은 금리 인상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데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ㆍ물류업계 물론 물론 일상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국 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악화시킬 초대형 악재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해외에서 요소와 요소수 물량을 확보하고, 긴급 수혈에 나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확보된 물량이 워낙 적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기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리스크는 물류 대란이다. 운송 차질은 물류비 인상, 물가 상승 압박 등 연쇄작용으로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이달 말 1차 총파업에 돌입하고, 다음 달 2차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어서 심각한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운임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 수출기업의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요소수 사태가 물류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익구조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이 부원장은 지적했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요소수 대란까지 겹치자 화물차들이 장거리 물류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나마 위드 코로나로 기업 경기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던 상황인데, 요소수 쇼크가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물류대란 방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