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투자하기로 한 1조 엔 절반 지원
닛케이, WTO 제소 가능성 거론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통해 올해 추경에 수천억 엔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겪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등을 조건으로 공장 신설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고자 TSMC가 투자한 1조 엔(약 10조4275억 원)의 최대 절반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카메라 이미지 센서 등에 투입될 반도체를 만들며 2024년 가동 시작을 목표로 한다.
TSMC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도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20개 넘는 일본 기업이 참여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당국은 여기에도 190억 엔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경제 안보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반도체 내수 확대를 공언했다. 그는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사시 국내 경제 활동을 안정시키기 위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내달 열리는 임시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법안에는 전제 조건을 위반한 기업에 보조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5G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법안에도 새로운 중요 분야로 반도체 산업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번 보조금 지급 정책이 무역 거래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게 빌미가 돼 미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위반 조사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났다.
닛케이는 “수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보조금과 국산 부품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제품 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HO) 협정 위반으로 간주하는 ‘레드’ 보조금이다. 이번 보조금은 레드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위법성을 따지는 ‘옐로우’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운용하기에 따라 외국으로부터 WTO에 제소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