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윤성환 이춘택병원장 “6년간 로봇 개발, 고민 많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죠”

입력 2021-09-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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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원장 (사진제공=이춘택병원)
▲윤성환 원장 (사진제공=이춘택병원)

“차세대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이 나온다고 홍보한 게 몇 년 전인데, 올해 도입됐으니 실제 쓰이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죠”

윤성환(48) 이춘택 병원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Dr. LCT(닥터 엘씨티)’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회상했다. 2002년 국내 최초 로봇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인 ‘ROBODOC(로보닥)’을 도입해 로봇 수술을 시작한 이춘택 병원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축적한 1만 5000건의 수술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세대 수술 로봇 닥터 엘씨티를 직접 개발했다. 초기 도입한 로보닥은 외국인 체형에 맞춰 설계돼 사용에 불편함이 컸던 만큼 한국인 체형에 맞는 의료용 로봇 개발에 직접 뛰어든 것.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윤 원장은 “병원이 몇 년 동안 로봇 개발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는데 연구개발부터 닥터 엘씨티가 탄생하기까지 6~7년이 걸렸다”라며 “돈 낭비를 하는 건가, 기존 로봇을 그냥 쓸 걸 그랬나 고민했고, 자기 만족을 위해 로봇을 만드는 건가 자괴감을 느낀 순간도 많았다. 그 사이 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겪으면서 환자는 없는데 밤새 로봇 개발을 하고 있으니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마침내 올해 6월 모습을 드러낸 닥터 엘씨티로 이춘택 병원은 3개월만에 벌써 서른 건이 넘는 수술을 진행했다. 로봇 개발 소식을 듣고 직접 병원을 찾아온 90세 노인은 닥터 엘씨티로 수술한 첫 환자다. 윤 원장은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온 90세 어르신이 새로 개발되는 로봇으로 수술하고 싶다고 요구해 '닥터 엘시티' 도입 날짜에 맞춰 수술 날짜를 잡았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로봇으로 처음 수술하는 환자가 90세라는 게 부담이었다. 로봇이 조금이라도 오작동할 경우 마취 시간이 길어지면 고령 환자에겐 부담인데 다행히 수술 시간을 10분 단축해서 끝낼 정도로 원활했다. 얼마 전 외래 진료 오셨는데 정정하시더라”고 전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로보닥과 새로 개발한 닥터 엘씨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 팔이 5축에서 7축으로 늘었다는 것. 그 덕분에 정확하고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윤 원장은 “7축으로 된 닥터 엘씨티는 자유롭고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5축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술 부위까지 절삭할 수 있고, 고정밀 로봇 팔의 성능으로 절삭 시 오차를 줄였다. 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수술 계획 수립부터 실행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닥터 엘시티를 학회에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대량 생산 노하우를 가진 기업과 손잡고 상업화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올해 개원 40주년을 맞은 이춘택 병원에서 2015년 작고한 고 이춘택 원장의 뒤를 이어 6년째 제2대 병원장을 맡고 있다. “2007년 이춘택 병원에 와서 원장님의 로봇 수술을 옆에서 보고 배우면서 열정과 뚝심, 작고 전까지 연구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의료진이 학문적인 연구를 하면서 최신 의료지식과 기술을 익혀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싶다”라며 병원장으로서 학문적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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