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업체가 미국 진출에 문을 두드린다.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8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미국의 엘러간,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등 글로벌 3사가 점유율 97%를 장악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에스테틱 소사이어티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북미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32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 세계 시장은 연평균 7~9%씩 성장해 2026년에는 약 8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보톡스 업체 1위인 휴젤은 내년도 ‘레티보(수출명)’의 품목허가를 받고 미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휴젤은 2015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 3상에 돌입했고, 지난 3월 레티보 50유닛(Unit)과 100유닛(Unit)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허가 심사에 착수한다는 공문을 받아 내년까지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FDA에서 cGMP 실사를 진행해 레티보의 생산을 담당하는 휴젤 제2공장 ‘거두공장’의 제조시설 및 품질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고, 휴젤은 실사 종료 후 FDA에서 요구한 일부 보완사항에 대한 대응 서류 제출을 완료해 무리 없이 적합 판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지난주에는 FDA와 ‘레티보(수출명)’의 품목허가 심사에 대한 중간점검회의(Mid-cycle meeting)를 진행했다.
휴젤 측은 “내년 품목허가 취득 후에는 2018년 설립된 휴젤의 미국 자회사 ‘휴젤 아메리카’를 통해 현지 시장 마케팅 및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현지 시장 진출로 3년 내 현지 톱3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라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은 2024년 미국 시장 진출을 내다보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올해 안에 FDA에 ‘휴톡스(수출명)’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IND)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임상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듬해 브랜드명을 바꿔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톡스의 현지 임상 및 허가, 마케팅, 영업은 지난 4월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 휴온스바이오파마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은 미국 아쿠아빗홀딩스(AQUAVIT HOLDINGS LLC.)가 담당할 예정이다.
한편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뒀던 메디톡스는 미국 보톡스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4년 미국 파트너사인 앨러간(현 애브비)에 액상형 보톡스를 기술 이전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독점권을 부여했는데 앨러간이 최근 기술 이전 계약을 종료했다.
계약 종료에 따라 미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던 메디톡스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최근 액상형 보톡스에 대한 임상 3상을 마무리한 앨러간은 이후 품목허가, 상업화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는 모두 메디톡스의 몫이 됐다.
메디톡스는 품목허가 추진과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할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을지 등 미국 진출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다. 메디톡스 측은 “앨러간에서 임상 자료 등을 넘겨받아 예정대로 미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시기나 방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대웅제약은 보톡스 ‘주보(수출명)’가 하반기에도 수출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메디톡스와 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지난한 법적 다툼을 이어오던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21개월 간 주보 판매금지 판결을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1심 판결에 따라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렸는데 올해 2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앨러간이 3자간 합의 계약을 맺으면서 1심 판결이 무효화됐고 소송 리스크 해소로 주보 판매를 이어가게 됐다.
대웅제약 측 관계자는 “나보타는 3자간 합의로 주춤했던 미국 수출 재개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라며 “미용뿐 아니라 안검하수, 탈모 등 여러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적응증을 넓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성장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