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아프간 카불 공항...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추락사

입력 2021-08-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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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빠진 시민들 공항으로 몰려들어
일부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사..."7명 사망"
시민들 탈출 행렬에 정작 카불 시내는 '고요'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16일 국경 탈출을 위해 카불 국제공항으로 뛰어들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16일 국경 탈출을 위해 카불 국제공항으로 뛰어들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을 탈출하려는 주민들로 카불 공항이 아수라장이 됐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수천 명의 시민이 카불공항의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이륙을 준비하는 미 공군기 바퀴를 따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달렸다. 일부 사람들은 공군기 아래쪽에 올라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WP는 "항공기 바퀴에서 두 명이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세 명이 매달린 채 이륙한 상황에서 두 명이 추락해 숨진 것을 공항 인근 주민이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날 카불 공항에서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여러 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3명이 미군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활주로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미군은 공항 내 보안이 악화하자 항공 철수 작전을 중단했다고 WP는 전했다. 아프간 공항 당국도 모든 민항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1000명의 추가 병력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 있던 아프간 남성은 "나 자신뿐 아니라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항에 몰려 있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면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우리가 동물이 됐나"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할 것을 선언했으나 과거 탈레반이 통치했던 5년 동안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 적용을 경험했던 시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 통치 당시에는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도 허용됐다.

특히 수도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과 국제동맹군, 국제단체와 협업하거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 사람들이 많아 탈레반이 '부역자'라며 보복을 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날 공항에 나온 남성은 "탈레반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에 긴급비자 신청 절차를 밟았지만 비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탈레반의 보복이 두려워 일단 가족과 함께 공항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카불 시내는 수많은 시민이 공항으로 몰려가거나 차량으로 카불을 빠져나가자 시내는 정작 고요했다고 WP는 전했다. 대부분의 상점이나 은행 관공서 등은 문을 닫았지만, 일부 상점들은 문을 여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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