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 담은 협약 체결
MZ세대 조합원 복지 강화
車 업계, 파장에 '촉각'
현대자동차 노사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6년 만의 최대 임금 인상으로 실리를 얻었고, 고용 안정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복지까지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완성차 업계의 교섭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1일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7차 교섭을 시작해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뒤 오후 10시 30분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2009~2011년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로 ‘3년 연속 무분규 잠정 합의’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조는 최근 5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과 성과금을 얻어내며 실리를 챙겼다. 기본급은 7만5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2015년(8만5000원) 이후 6년 만의 최대폭 인상이다. 노조가 제시한 9만9000원 인상과 사 측이 1차 제시안에 담은 5만 원 인상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기본급 200%+350만 원으로 결정된 성과금과 △품질 격려금 23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별 합의 주식 5주(약 100만 원) △주간 연속 2교대 10만 포인트 △코로나19 고통 분담 10만 포인트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등 일시금을 포함하면 최근 5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1인당 평균 1806만 원의 인상 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조합원 근속연수에 따라 편차가 클 전망이다.
지난해 노조가 11년 만의 임금 동결에 합의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현대차가 준수한 실적을 이어온 점이 임금 인상과 성과금 규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고용 안정’에 관한 약속도 얻어냈다. 노사는 회사의 미래와 고용 안정 방안을 논의한 끝에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미래 특별협약은 전동화와 미래 신사업 전환기 생존 경쟁에 대응해 국내 공장과 연구소가 미래 산업의 선도 기지 역할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 확보와 협력사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익구조를 확보해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지속적인 투자도 단행키로 했다. 전동화 전환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걱정하던 노조로선 우려를 덜 수 있는 협약이다.
노조는 MZ세대와 사무연구직을 위한 안건도 단체협약에 포함하며 조합원 끌어안기에 나섰다. 합의안에 담긴 ‘MZ세대 조합원을 위한 사기진작 방안’에는 △경조금 상향 △입사 후 첫차 구매 시 20% 할인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1인 1실 기숙사 신규건립 등 경제적 혜택을 강화하고 복지를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무연구직을 위해 4만5000원 규모의 직급수당도 신설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20ㆍ30세대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처우 개선과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사무직은 별도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다.
사 측도 정년 연장이나 불법 파업에 따른 해고자 복직 등 막대한 비용과 경영 원칙을 훼손하는 안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사안과 불법에 대한 관용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정년 연장 대신 사 측은 시니어 촉탁제를 폐지하고 숙련 재고용 제도를 전 직군에 도입하기로 했다. 생산, 정비, 연구 등 모든 직군의 노동자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약에 따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7일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 찬성을 얻으면 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투표가 가결되면 8월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전에 조인식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사는 새로운 제시안을 만들어 다시 교섭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교섭 일정은 휴가 이후로 넘어가며, 재차 파업 등 쟁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노조는 “조합원에게 더 많은 성과를 가져다주기 위해 총파업에 나설까도 생각해 봤지만, 출혈을 감수할 만큼 실익이 없었다.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고 사회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차 조합원이 안티세력으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잠정 합의안 찬성을 호소했다.
기아, 한국지엠(GM),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 노사의 교섭 결과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의 합의안이 타사 교섭에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기아 노조는 전날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해 사 측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 역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막판 교섭을 벌였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전ㆍ후반조 근무자가 2시간씩 부분파업하고 잔업과 특근도 거부했다. 사 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도록 압박하려는 경고성 파업이다. 아직 지난해 교섭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부터 협상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