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감소·물류 지연 가중 우려
대만도 가뭄에 반도체 생산 비상
미국도 폭염에 전력 공급 혼란…일부 계획 정전 나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경제 발전의 중심지로 꼽히는 광둥성을 비롯해 최소 9개의 성이 폭염과 에너지 수요 급증,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 등에 따라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축이자 해운·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은 최근 한 달 넘게 전력을 배급제로 공급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의 기업들은 일주일에 며칠씩 가동을 멈춰야 했다. 광둥성 이외에도 윈난·광시·저장성 등 적어도 9개의 지역이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 전역에 걸쳐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지역의 규모는 영국·독일·프랑스·일본의 국토를 모두 합친 크기에 달한다. 이는 가뭄과 석탄 가격 급등으로 중국 17개 성 및 지역에 전력 사용이 제한됐던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에너지 부족 사태라고 CNN은 지적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영향이 중국 내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글로벌 2위 경제국인 중국의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가 가뜩이나 압박을 받는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광둥성은 의류, 장난감, 전자제품 등을 포함해 중국 전체 무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조 중심지다. 중국 남부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클라우스 젠켈 회장은 “회원사 80개사가 일주일에 며칠간 가동을 중단하라는 당국 지시를 받았다”며 “일부 업체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 디젤 발전기를 렌트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라라 둥 IHS마킷 중화권 전력 및 재생에너지 부문 선임 이사는 “전력난은 현지 제조업체의 작업 일정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제품의 적시 배송은 물론이고 나머지 공급망에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북서부 지역은 최근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전력 공급 혼란이 커진 상태다. 기온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전력 사업자가 계획 정전을 피치 못하게 하게 된 것이다. 워싱턴주 동부와 아이다호주, 오리건주에서 약 34만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비스타는 이상고온에 따라 최근 첫 계획 정전을 단행했다. 불볕더위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 속에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피하고자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부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폭염 대책을 논의하면서 “기후변화가 극심한 폭염과 장기 가뭄이 위험하게 합쳐지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