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공사를 할 때 광케이블을 건들면 어떻게 될까? 단선이 발생하거나 인근 지역에서 통신 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신 사업자는 단순히 광 네트워크를 까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 가지의 공사 현장에서 광케이블 장애가 일어나지 않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다만, 단순 관제 시스템만으로 점검하는 것은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
KT는 이 같은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외부통신시설(OSP) 관제 플랫폼 ‘닥터 케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OSP는 통산 KT 국사 외부에 있는 광케이블, 통신주 등을 뜻한다. 닥터케이블은 광케이블을 지능화를 해서 장애가 나면 인지하고 처리하는 동시에 장애를 예측하는 지능형 관제 솔루션이다. AI에 ‘DAS(분포형 음파 센싱 플랫폼)’를 결합한 것으로 올해 4월 실제 현장에 첫 적용됐다. KT는 14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닥터케이블의 상용화 성과를 발표했다.
닥터케이블의 기능은 △선로 장애 관제 △피해 예방 등 크게 두 가지다. 선로 장애 관제 기능은 광케이블 장애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것이다.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광케이블의 경로, 장애 예상 구간, 공사장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표시한다. 올해 4월 상용화해 전국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닥터케이블을 웹이나 모바일에서 띄우면 지도에 수많은 공사장 아이콘이 빨갛게 뜬다. 예컨대 KT 반포 국사로 지도를 확대하면 근처 공사 지역이 아이콘으로 표시돼 있다. 각 아이콘을 클릭하면 공사장 이름, 정보 등이 나타난다. 닥터케이블이 이상 상황을 감지하면 경고 표시를 화면에 띄운다. 아이콘을 클릭하면 장비의 세부 정보, 어떤 케이블의 몇 번 코어가 영향을 받는지 요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KT 관제 요원은 모바일 화면을 보고, 장애가 났을 때 현장에 출동한다.
KT는 닥터케이블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선로 장애 인지 시간이 56% 단축했다고 밝혔다. 최기만 KT인프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큰 선로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때 어디에 장애가 발생하는지 장애 위치를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곤 했다”며 “닥터 케이블은 정확하게 핀포인트를 짚어준다”고 설명했다.
KT는 4월부터 평택국사 관할 광네트워크 구간에서 ‘피해 예방’ 기능도 추가로 적용했다. 이 기능은 광케이블 주변 음파 신호를 AI로 분석해 공사 상황을 원격 탐지하는 솔루션이다. DAS 장비로 주변 공사 진동을 탐지해 어떤 종류의 공사인지를 AI로 분석한다.
최 연구원은 “굴착 공사, 전신주를 옮기거나 땅을 뚫는 오거(Auger) 등 공사 종류를 분류한 뒤 현장에 있는 요원에게 알림을 준다”며 “알림을 보고 출동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전신주를 옮기는 공사가 이뤄지면 지자체 등에서 KT에 공사 현황을 알린다. KT 광케이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공사의 경우 KT가 인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최 연구원은 “미신고 공사를 자동 탐지하는 효과가 크가”고 강조했다.
KT가 평택 국사에서 7주간 ‘피해 예방’ 기능을 적용해 거둔 성과는 뚜렷하다. 총 420km에 달하는 광 네트워크 구간에서 251건의 중장비 공사 현장 탐지를 했고, 피해 발생 건수는 0건이었다. 탐지한 251건의 공사 중 40%인 100건은 KT에 미리 알리지 않은 공사였다.
KT는 닥터케이블의 적용 분야를 향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광케이블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OSP 시설까지 확장하고 KT 관제 시스템만이 아닌 공공이나 여타 기업 솔루션까지 넓힌다는 복안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5G 연계 B2C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닥터케이블은 물리적인 측면의 OSP 데이터 분석과 AI 관제 기능을 제공하는데 미디어 플랫폼 AI 관제 시스템은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관제 기능을 제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물리적인 측면과 SW 측면에서 AI 관제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며 “적용 분야를 지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