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대체효과로 인한 감소보다 생산성제고+신규시장창출로 인한 확대쪽에 무게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전환이 생산성향상과 함께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생산성향상은 기업규모별·기술유형별·산업별로 상이할 수 있고, 고용은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대체효과가 먼저 나타난다는 점과 노동자 숙련도별 차이가 있다고 봤다. 소위 양극화로 대표되는 격차심화가 생산성과 고용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강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디지털전환이 생산성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전환은 디지털 자본확충을 통한 생산 및 유통 효율성 증대와 함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기업간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08년부터 2016년 중 미국과 독일 등 15개국 총요소생산성 증감율을 보면 무형자본투자 증감률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0.70)를 보였다. 또,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DB) 투자와 생산성간엔 상관관계가 없었지만, 여기에 ICT관련 유형자본 투자를 추가할 경우 상관관계는 0.652까지 치솟아 역시 높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상관관계란 두 변수간 상관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절대값 기준 0과 1까지로 표현된다. 0이면 두 변수간 상관관계가 없음을, 1이면 1대 1 매칭 수준의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네트워크 효과는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면서 이용자 후생을 증대시켰다. MIT대 슬론 경영대학원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이 페이스북 서비스 가치를 추정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반영한 결과 2004년부터 2017년 중 연평균 GDP를 0.04%포인트에서 0.50%포인트까지 높였다.
반면, 신기술 확산과 생산성 개선에는 시차가 존재하는 소위 J커브효과가 있었다. 브리뇰프슨 등은 이 시차가 10년정도에 이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디지털기술 도입 당시 기업의 생산성 수준과 기업규모, 기술유형별로도 다르게 나타났다. 규모 및 범위경제 등이 적용되는 전사적자원관리(ERP)는 기술 도입 당시 생산성 수준이 높거나 기업규모가 클수록, 클라우딩 컴퓨팅은 중소기업에서 각각 생산성 효과가 높았다. 또,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에서, 정형화된 업무 비중이 높을수록 각각 생산성 제고 효과가 컸다.
고용 측면에서 긍·부정 효과가 혼재하지만 두 효과가 엇비슷하거나 긍정적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대체효과가 커 일시적으로 실업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20년내 미국 근로자의 절반(47%)이 고도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반면, 급격한 산업재편으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 생태계 및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기업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전후방 연관기업 고용이 늘 수 있다고 봤다.
육승환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장은 “디지털전환이 어떤 경로를 통해 생산성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데 의의가 있다”며 “효율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노동자 숙련도별, 기업 규모별 격차 심화라는 부정적 효과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계지원뿐아니라 교육기회 제공 등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