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 단순 소지도 처벌하는 법안 통과됐지만
대부분 집행유예, 벌금형…플랫폼은 '직무유기'
"제2의 n번방 처벌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n번방과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주빈, 문형욱, 강욱 등 'n번방' 주범들이 중형을 선고받았고 관련 법률 개정도 이뤄졌지만, 디지털 성범죄물은 계속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검색 몇 번에 결제만 하면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물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불법 촬영물과 성착취물을 거래하는 유사 n번방은 최근 텔레그램은 물론, 게임용 메신저 디스코드, 온리팬스 같은 신종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온리팬스는 제작자들이 유료로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플랫폼으로, 구독형 인스타그램 형태를 띤다. 앞서 온리팬스는 성인용 SNS를 표방하면서도 느슨한 성인 인증 절차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들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성범죄물에는 일명 '로리'라는 아동·청소년을 성적대상화한 영상이나 착취물은 물론, 여러 음란물을 합쳐놓은 압축 파일도 포함돼 있다. 거래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로 문화상품권과 비트코인으로 금액을 받은 뒤, 비밀 채팅방에 입장시키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채널의 운영진은 평범한 여성의 이름을 사용하며 프로필에 여성 사진을 내걸었는데, 모두 일반인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해 5월 통과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따르면 불법 성적 촬영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 특수강도강간 등 예비·음모죄도 신설해 범죄를 모의하기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실제로 강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n번방과 관련된 310건의 판결 중 벌금형이 159건(51.3%)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131건(42.3%)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5건에 불과했다.
n번방이 유통되고 있는 플랫폼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디스코드는 플랫폼 내 아동 성착취물 유통 등 불법 행위를 일절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를 운영 정책에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코드는 개설된 서버를 태그를 통해 보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19금', '야동방', '중고딩' 등의 키워드를 연결지어 소개하는 등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물의 유통을 방임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이뤄지는 플랫폼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통과 됐지만, 매출액의 3% 이내 정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해 사실상 실효성 떨어진다. 게다가 디스코드 뿐만 아니라 온리팬스, 위커, 와이어 등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이라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2의 엔번방(n번방) ○○○○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가려진 앱은 디스코드로 청와대 국민청원 정책 상 이름이 가려졌다.
청원인은 디스코드 앱에서 각종 유사 n번방이 "일반인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여자 아이돌 사진, 여자 bj 사진, 심지어는 미성년자인 학생들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해놓고 n번방 가해자를 '형님'이라 칭하며 여러 음란물을 판매하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10일 오후 3시 기준 현재 3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