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업체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 하고 있다. 단순 제휴를 넘어 지분 인수,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의지도 뚜렷한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자회사 티빙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티빙 측은 “시기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논의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지분 맞교환을 한 네이버와 CJ가 서비스 제휴에 이어 본격적으로 힘을 합친다는 의미다. 당시 네이버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500억 원, CJ대한통운과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네이버가 티빙 지분을 인수하면, 네이버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CJ그룹은 국내 웹 소설 1위 플랫폼인 문피아를 인수를 위해서도 힘을 합쳤다. 문피아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으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콘텐츠’를 두고 경쟁하는 사업자들끼리 힘을 합치는 모습은 인터넷TV(IPTV)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3월 SK브로드밴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카카오 TV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B tv와 ‘채널S’에서 독점 공개하기로 했다.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선 공개된 뒤 B tv에 편성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일례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영화 제작사 MGM 인수에 나섰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아마존의 OTT ‘프라임비디오’ 콘텐츠를 대폭 강화할 수 있다. ‘007 제임스 본드’, ‘록키’ 등 MGM의 대표 콘텐츠들이 프라임비디오에서 상영되는 셈이다.
아마존의 MGM 인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화들이 극장 개봉이 아닌 OTT로 공개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승리호’, ‘낙원의 밤’ 등 대작 K콘텐츠들도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신작들이 OTT에서 공개되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 수급이 곧 OTT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미국 통신ㆍ미디어 그룹 AT&T는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OTT 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존 스탠키 AT&T 최고경영자(CEO)는 “상호 보완적인 두 회사의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OTT 시장을 이끌어가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합병 법인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한 OTT 거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디스커버리는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출시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가입자는 4월 기준 1500만 명 정도로 미비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가입자가 각각 2억7000만 명, 1억여 명가량이다. 워너미디어 역시 자체 OTT인 HBO 맥스(MAX)가 있지만, 출시 1년간 가입자는 6400만 명가량으로 넷플릭스의 3분의 1, 디즈니플러스의 절반 규모 밖에 안 된다.
합병 법인은 연간 200억 달러(22조3240억 원)를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올해 170억 달러), 디즈니플러스(2024년까지 140억~160억 달러)를 뛰어넘는 규모다. IT 매체 더버지는 “AT&T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새로운 비즈니스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며 “디스커버리 역시 라이벌 OTT에 필적할 만한 콘텐츠 투자 비용이 준비돼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