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후보지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사업 방식을 두고 '공공'과 '민간', 선택지가 늘어난 덕이다. 일부 지역에선 방식별 사업 득실을 놓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옛 '신길16구역'. 이 지역은 재건축 사업을 두고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다. 2007년 신길 재정비촉진지구(신길뉴타운) 중 하나로 지정됐지만 주민 갈등을 겪다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이 지역에선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꾸준히 일었다. 지난해에도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지만 지정이 보류됐다. 대안 없이 재개발 사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주민 주거 여건은 크게 악화됐다.
그런데 이 지역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서울시가 26일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노후도ㆍ주민 동의율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가 넘어야 재개발 구역을 지정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해 필요한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여 2025년까지 1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서울시는 신길12구역 같은 재개발 해제 구역에서 사업을 재추진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택지가 늘면서 재개발 해제 구역은 을(乙)에서 갑(甲)으로 신분 상승했다. 그간엔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는 길이 중앙정부 주도 공공재개발이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 주도로 도심역세권ㆍ저층 주거지ㆍ준공업 지역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밖에 없었지만 이젠 자체적으로 민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다.
신길16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했던 신태남 씨는 "재개발을 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개 생겨서 감사하다"며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을 함께 준비할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충분한 인센티브를 안 주면 민간사업으로 틀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건물 비중 3분의 2 넘어야 추진
모든 재개발 해제구역이 서울시 규제 완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재개발 구역 해제 이후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갈림길에 선 곳도 있다. 규제 완화 이후에도 노후 건물 비중이 구역 내 3분의 2 이상을 넘어야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재개발 사업 무산 이후 신축 건물이 난립한 지역은 이 기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옛 '장위12구역'에서 재개발 재추진을 준비하는 최연숙 재개발재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그동안 난개발을 방치하면서 신축 빌라가 난립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최 위원장은 "민간재개발이 공공재개발보다 사업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공공재개발이 안 되면 민간 재개발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개발 사업지 확보를 두고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에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민간재개발과 공공재개발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주민들로 하여금 더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드리는 옵션"이라며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재건축ㆍ재개발 시장 안정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