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품귀 충격, 가전업계로도 번져

마진 적은 가전용 반도체 생산 뒷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 도중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대란이 자동차에서 가전제품으로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수요 예측 실패에 이어 겨울폭풍과 화재, 가뭄 등 악재로 인한 생산 차질에 중국의 재고 비축까지 겹쳐 반도체 품귀 현상이 악화일로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 중단을 초래한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가 스마트폰, TV, 토스터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으로 확산 중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은 코로나19 상황 속 수요 예측 실패로 시작돼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장기화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집콕’이 늘면서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2월 미국 남부에 몰아친 겨울 폭풍으로 오스틴 반도체 공장들이 가동을 멈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3월에는 일본 차량용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의 생산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멈췄다. 대만을 덮친 최악의 가뭄 사태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도 셧다운 공포에 시달렸다.

여기에 미국 제재로 타격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비축에 나서면서 품귀 현상은 더 악화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생산업체들은 마진이 적은 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을 뒤로 미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업체들이 수익이 높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글로벌 대표 가전업체들이 세탁기와 토스터기 등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급 불일치가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한 삼성은 이번 달 스마트폰 일부 부품 주문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FT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카메라 센서 모두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면서 “그 결과 이번 분기 삼성으로부터 주문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반도체 공급 대란이 당장 생산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원자재값 상승에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다른 TV 제조업체는 “주요 부품 가격이 올랐다”면서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년간 1000억 달러(약 116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대만 TSMC는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202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