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전권을 쥐고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50곳 가까운 사업장이 후보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 48곳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천서와 참여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자체가 관내 사업장을 추천한 경우가 대부분(41곳)이었지만 민간 사업장 7곳에서도 참여 의사를 직접 밝혔다.
사업 유형별로는 재건축이 25곳(지자체 추천 22곳ㆍ민간 제안 3곳), 재개발이 23곳(지자체 추천 19곳ㆍ민간 제안 4곳)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가장 호응도가 높았고(40곳), 인천에서 5곳, 부산과 대구, 경기 지역에서 각각 한 곳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로 올랐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말 그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자로 참여하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말한다. 아파트 이름을 뺀 사실상 모든 사업 결정권을 공공이 갖는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 전보다 가구 수를 재건축은 1.5배, 재개발은 1.3배 이상 늘릴 수 있도록 보장한다. 민간사업보다 10~30%포인트 이상 높은 초과 수익률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재건축 규제 상징이던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와 2년 거주 의무도 면제해 준다. 공공 직접시행 방식으로 짓는 아파트 단지는 공공분양 70~80%, 공공임대ㆍ공공자가주택 20~30% 비중으로 공급된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여러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물양을 뺀 나머지 주택을 모두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거부감에서다. 최근 집을 산 사람 가운데는 현금청산 공포감도 팽배했다. 정부가 투기 예방을 위해 올해 2월 4일 이후 계약된 부동산에 대해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할 때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 집주인으로서도 현금청산으로 거래 절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최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 주체인 공기업에 대한 시장 불신도 여전하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모에서 민간 제안보다 지자체 추천이 많은 데는 이런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2ㆍ4 공급 대책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공공재개발'(공굥 참여형 재개발) 2차 후보지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역세권ㆍ노후 주거지ㆍ준공업 지역에 공공주택을 고밀 개발하는 사업) 후보지를 잇달아 발표했다. 후보지들이 순항만 하면 4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으리란 게 국토부 계산이다.
국토부는 공공재개발 사업이 보류된 지역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선회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비 필요성은 있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 유형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공공재개발 보유 지역에선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흥행을 위해 공공재개발 보류 카드를 쓴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