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잘 쌓나…삼성·TSMC 3D 패키징 전쟁

입력 2021-01-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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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1-26 15: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올라가며 첨단 후공정 중요도↑

파운드리 업계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인 '3D 후공정'(패키징)이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앞다퉈 기술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탑재시킬 기기에 맞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 및 공정을 뜻한다.

반도체 후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지 않고, 과정이 단순해 OSAT(외주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첨단 후공정 기술에 대한 중요도가 부각됐다. 여기에 전후 공정을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대형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파운드리 업체에는 큰 장점이다.

“쌓을수록 고성능”…삼성·TSMC 기술개발 주력

▲삼성의 엑스큐브 기술을 나타낸 그림(오른쪽). 기존 EUV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는 평면으로 칩을 배치했다면, 엑스큐브 기술은 7나노 다이(die)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의 엑스큐브 기술을 나타낸 그림(오른쪽). 기존 EUV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는 평면으로 칩을 배치했다면, 엑스큐브 기술은 7나노 다이(die)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의 3D 후공정 기술 개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TSMC의 경우 최근 열린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3D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s) 기술을 2022년 초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TSMC는 이 플랫폼을 적용한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양산하기 위해 2개의 후공정 팹을 건설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하반기 완공이다.

이 기술이 가장 처음으로 적용되는 곳은 고성능 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이 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학습과 빅데이터 분석 등에 필요한 데이터양이 늘어나면서 기존 컴퓨팅 자원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 고성능 연산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고성능 연산을 해낼 수 있는 고급 반도체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 중이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지난해 8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상용화했다. 전 공정을 마친 웨이퍼 상태에 복수의 칩을 얇게 적층해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패키징 기술인 ‘엑스큐브’다.

이 기술은 반도체를 적층하는 과정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칩을 연결하는 대신,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했고, 전력 효율도 높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TSMC처럼 자체 후공정 팹을 만들지는 않았다. 대신 세계 2위 후공정 기업인 앰코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엑스큐브 등 차세대 후공정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3D 후공정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적층해 제품 부피를 줄이고,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 방식이다. 기존 시스템반도체 공정이 로직 부분과 캐시메모리 역할을 하는 SRAM을 평면으로 나란히 배치했다면, 3D 후공정은 위로 쌓아 올리는 식이다. 파운드리 업체는 이러한 적층 방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팹리스 기업에 제공하게 된다.

팹리스 마음잡기 위한 전후 공정 ‘종합서비스’

▲대만 파운드리 TSMC 공장. 사진제공 TSMC
▲대만 파운드리 TSMC 공장. 사진제공 TSMC

TSMC와 삼성전자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주목한 건 기본적으로 팹리스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파운드리 전후 공정과 연계해 제공하는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팹리스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김경민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업체들의 차세대 후공정 강화는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전후 공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팔기 위한 것”이라며 “후공정에서 칩을 여러 층으로 쌓기 위해서는 전공정 단계에서부터 미리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초미세공정 기술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며 개발 속도가 늦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 선폭이 5㎚(나노미터=1억분의 1m) 이하로 줄어들면서 기술 개발 난도가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공정 기술을 강화해 같은 선폭에서도 더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제작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TSMC가 후공정 기술인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일찍 상용화하면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전 물량을 뺏긴 뼈아픈 기억이 있다. TSMC보다 한발 앞서 첨단 패키징 기술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경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회사의 성패는 결국 어떤 고객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물량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애플 사례의 경우, 미세화를 잘해도 후공정을 못하면 물량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올해에도 기술 대거 상용화

삼성전자와 TSMC의 후공정 기술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TSMC의 경우 3D SoIC 외에도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통합팬아웃 3D(InFO 3D) 등의 차세대 후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이러한 고급 패키징 기술을 묶기 위한 플랫폼인 ‘3D 패브릭(3D FABRIC)’ 상표권을 미국 특허청(USPTO)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2월 열린 인베스터스 포럼에서 올해 '아이큐브', '엑스아이큐브' 등 새로운 차세대 3D 후공정 방식도 상용화하겠다는 내용의 기술 로드맵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한 엑스큐브 솔루션의 대량 양산 체제도 올해 말까지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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