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붕괴된 의료체계를 지적하며 국가의료 위기를 선언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3일 서울시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의료인력을 파견하며 신속히 대응에 나섰지만, 의료진의 누적된 피로, 병상 확보의 어려움, 중증환자 치료와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로 의료계가 감당하기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지난 봄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의료체계 붕괴)을 막기 위해 국가의료 위기를 선언한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 역량을 코로나19 치료에만 몰두할 경우 발생하는 ‘부수적 손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정부는 모든 의료역량을 코로나19에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코로나19의 치료에만 몰두하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지면서 사망하는 환자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상급의료기관이 코로나19 병상을 갖추면서 일반 중환자실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 여타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치료 병상을 차지하지 못해 다시 돌아가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중증 외상으로 응급실에 왔는데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해서 검사 결과 나오는 시간 동안 아무런 치료 조치를 못 받아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19로 간접 사망하는 예”라고 말했다.
의협은 실제로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사망자 수보다 전체 인구 중 사망한 사람을 나타내는 사망률이 급격히 늘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해 코로나19의 직접 사망자는 현재 739명이지만, 12월 현재 작년과 비교해 전체 사망률이 약 6%(약 2만 명)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코로나19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간접 사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전체적인 피해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국가 긴급의료위원회를 구성하고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일반질환 중환자 의료체계, 필수응급 의료체계 붕괴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의료인력 확보는 최우선 긴급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정부 입장에 찬성하는 학자가 아닌 의료 전문가들이 포함된 민관 합동체제가 출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 같은 국가의료 위기 선언에 동참해줄 것을 국민에 호소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국가의료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관리는 물론이고 중환자를 포함한 일반의료도 붕괴됩니다.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