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반대에도 정부가 한방첩약 국민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 의료계도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친 사안인 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일부터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65세 이상), 월경통 치료용 첩약 처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19일 밝혔다.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2017년, 일반국민 5000명 대상)에 따르면, 첩약은 한의 치료 중 건강보험 적용 요구(55.2%)가 가장 높은 항목이다. 정부는 1984년부터 2년간 충북지역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전국 단위 시범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전체 한의원의 약 60%인 9000여 개 한의원이 참여한다. 참여 한의원은 복지부 또는 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상 질환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이다. 시범사업 참여 한의원에서 진찰 후 첩약을 처방받으면 연간 1회 최대 10일까지(5일씩 복용하면 연간 2회) 시범수가의 50%가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된다. 첩약 비용이 수가(정액)로 정해지고, 여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본인 부담은 현재(관행수가 16만~38만 원)의 3~5분의 1 수준인 5만~7만 원으로 낮아진다.
본인부담 한도를 초과해 첩약을 복용할 때에도 종전의 비급여 관행수가가 아닌 시범수가가 적용되는 만큼, 비용 부담은 기존보다 낮아진다.
참여 한의원은 한의사 1인당 1일 4건, 월 30건, 연 300건까지 첩약 시범수가를 신청할 수 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실시로 한약재 유통부터 최종 조제까지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탕전실 기준을 마련하고, 조제내역 제공 및 한약재 규격품 표준코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의협은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9·4 의·정합의 파기로 보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최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복지부가 지난 의정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며 “의정합의가 파기되면 의협은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 시범사업은 한의원이 참여하는 1단계와 한방병원이 참여하는 2단계로 계획됐는데, 아직 2단계 사업은 건정심에서 심의·의결되지 않았다”며 “1단계 사업은 이미 건정심에서 심의·의결된 사안인 만큼,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정책 최고 심의기구인 건정심에는 의약단체가 추천하는 8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