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무기화할 것” 우려 커져
미국 국책 투자기관인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테크멧(TechMet)에 2500만 달러(약 290억 원)를 투자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해당 자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과 코발트 광산 개발과 생산, 재활용 프로젝트에 쓰인다.
이는 각종 산업과 현대 기술에서 매우 필수적인 금속이지만, 중국이 공급 대부분을 차지하는 희토류 부문에서 그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최신 노력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미·중 갈등,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망 등으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졌다. 이에 미국과 다른 서방국가들은 희토류 광산 채굴을 허가하고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희토류 자급을 확대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광산업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희토류 광산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조사해 시정할 것을 관련 부처에 명령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각종 가전제품, 레이더와 미사일 등 방산 장비에 들어가며 미국 정부가 경제와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35종의 광물을 뜻한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희토류 처리 기술을 개발한 것도 미국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에서 희토류 광산은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광산이 유일하다.
현재 미국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들 35종 희토류 중 미국은 14종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발광 다이오드나 스마트폰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갈륨이 포함됐다.
심지어 희토류는 하이테크 분야 이외의 곳에서도 쓰인다. 일례로 미국의 셰일혁명을 일으킨 수압파쇄 기술은 중정석을 필요로 하는데 중국은 미국 수요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근 노력에도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는데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희토류 광산 건설에만 약 10년이 걸린다. 여기에 이런 광물을 최종 제품에 사용하는 자재로 가공 처리할 수 있는 공장도 세워야 한다.
테크멧의 브라이언 메넬 최고경영자(CEO)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흔들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린다”며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