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2일(현지시간) 온라인 발표회에서 새 CPU인 ‘11세대 코어프로세서’ 타이거 레이크를 공개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타이거 레이크는 게임이나 사진 편집 등 영상 처리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계산용 칩을 하나로 통합해 기존 제품에 비해 이미지 처리 성능은 2배, AI 계산속도는 5배 높였다.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인텔 수석부사장은 “모든 모방자를 능가하는 최고의 성능”이라고 자신했다.
인텔이 염두에 둔 것은 경쟁사인 AMD다. 인텔은 이날 발표회에서 사진 편집이나 레이싱 게임을 시연하면서 AMD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게임과 스트리밍을 제공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중국 레노버그룹, 미국 휴렛팩커드(HP)와 델 등 약 50개 업체가 가을부터 인텔의 새 CPU를 탑재한 노트북 제품 150기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컴퓨터 특수와 새 타이거 레이크 CPU 출시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750억 달러(약 89조 원)로, 지난해의 719억 달러에서 늘면서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대만 TSMC와 미국 엔비디아 등 다른 반도체업체와 비교하면 인텔의 주가는 신통치 않다. 인텔 주가는 이날 발표에 2.9% 급등했지만, 올 들어 지금까지는 약 13% 하락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반도체업체 지위를 엔비디아에 양보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인텔의 7월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이 이런 주가 저공비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을 추진했던 회로 선폭 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CPU 양산시기가 예정보다 훨씬 늦어 2022~23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까지는 지난해 출시한 10나노 제품 개량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가늘어질수록 면적당 처리능력이 높아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는 벌써 5나노 칩 양산을 시작하고 있고 삼성도 연내 착수할 계획이다. 미세화라는 점에서는 인텔의 뒤처진 상태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스완 CEO가 “긴급 대책 일환으로 위탁생산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인텔의 기술이 경쟁사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 증폭됐다.
닛케이는 로고 변경에 대해 인텔이 자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세화 등 기존 전략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